특검팀의 수사발표로 검사의 회유ㆍ협박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범죄 관련성을 극구 부인하던 전 BBK 대표 김경준(42)씨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특검팀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무혐의 결정, 검사의 회유ㆍ협박은 없었다는 결론으로 인해 '김씨=사기꾼, 위조범'이라는 정황만 짙어졌다.
특검팀은 김씨에 대한 불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씨의 목적은 옵셔널벤처스 자금을 횡령하고 주가를 조작해 조성한 재산을 지키는 것"이라며 "미국 소송 과정, 한국 검찰과 특검에서 한 이야기가 모두 달라 진술에 신빙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아예 김씨를 '대한민국을 우롱한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규정했다.
특검팀은 김씨가 검찰 수사때부터 BBK와 이 당선인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라며 내 놓은 '이면계약서'도 김씨가 위조했다고 판단했다.
미국에서 김씨와 함께 교도소 생활을 한 신모씨는 특검팀에 출석해 "우연히 김씨의 방에서 본 계약서에는 도장 외에 서명도 있었고 맞춤법도 일부 틀렸는데, 김씨가 나중에 보여줬을 때는 서명이 없고 맞춤법도 수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당시 위조 여부로 정치권을 들끓게 했던 이면계약서는 특검 수사를 통해 '김씨의 위조품'이라는 방증만 하나 더한 셈이다.
결국 지난해 11월 입국 후 대선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던 김씨는 검찰과 특검의 두차례 수사를 통해 결백보다는 신뢰만 추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에서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김씨를 측면 지원하던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44)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5일 미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은 김씨와 김씨의 부인 이보라씨, 에리카 김씨에 대해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를 인정, 663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김씨 측은 "사기, 횡령 등 어떠한 증거도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에리카 김씨는 13일 별도의 형사사건에서 사문서 위조, 불법 은행융자 등 혐의로 보호관찰 3년, 가택연금 6개월 등을 선고받았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조만간 그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청구할 방침이어서 성공한 미국 이민 1.5세대인 김씨 남매는 이제 고국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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