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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황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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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황진이

입력
2008.02.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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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일로 유명한 분들이 계시다. 화담 서경덕 선생의 학문적 업적에 대해서 아는 대중은 드물다. 그럼 왜 유명하신가? 황진이랑 안 잤기 때문이다.

다른 남자들은 황진이를 먼 빛으로 보기만 해도 상사병에 걸리고, 황진이랑 자보겠다고 모든 걸 내던졌다. 그런데 선생은 황진이가 젖은 몸으로 유혹했는데도 끝까지 옷을 벗지 않았다. 황진이를 되살려낸 소설 영화 드라마가 그 얼마나 많았던가.

한국인이 그토록 대단하게 여기는, 사랑의 대명사 같은 여인을 거부한 화담 선생은 말했단다. “네 욕망을 직시하고 지금 거기서 잠깐 멈춰 있으라. 그러면 욕망은 지나가고 너는 평정한 상태로 남을 수 있다.” 많은 남녀들이 함께 있게 되면 자기들도 모르게 욕망하게 된다.

사람들은 화담을 이해 못하겠다고 고개를 젓지만, 사실은 훌륭한 화담의 제자들이다. 욕망하긴 하지만 대개 평정 상태를 유지해, 내내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하다가 좋은 낯으로 작별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한 쪽은 멈추고 직시하는데, 한쪽은 멈추지 못하고 치닫는다면, 성추행 성폭행 사태가 나기 십상이다. 어느 소설에서 황진이는 선생의 거부에 대해 “자기가 자신을 이겨 자기의 격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 또한 새겨둘 만하지 않을까.

소설가 김종광

<저작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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