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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그라드 '화염·폭력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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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그라드 '화염·폭력 속으로'

입력
2008.02.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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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의 일방적인 독립선언에 대한 세르비아인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21일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 15만명의 시위대가 운집, 코소보 독립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했다. 이중 100여명은 미국 정부의 코소보 독립 지지에 항의해 미국 대사관에 난입, 내부에 불을 지르고 성조기를 찢는 등 격렬하게 미국 정부를 성토했다.

대사관 내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시신 1구가 발견됐으나, 미국 정부는 대사관 직원은 모두 안전하다고 밝혔다. 코소보가 독립을 선언한 17일부터 폐쇄돼 있던 미국 대사관은 시위대 난입 당시 일부 경비요원만이 통상적인 경비를 하고 있었을 뿐, 세르비아 정부의 특별한 보호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베오그라드에서는 미국 대사관을 비롯, 영국 독일 벨기에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터키 등의 대사관도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으며 맥도널드, 나이키 매장 등에도 시위대가 들이닥쳐 물건을 약탈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유럽연합(EU)은 22일 세르비아 정부에 외국 대사관을 보호하라고 촉구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베오그라드의 폭력사태를 강력히 비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미 대사관 경비 문제를 놓고 세르비아 정부에 강력히 항의, 외교 문제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사태를 "참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격하게 비난한 뒤, 니컬러스 번스 미국 국무차관이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세르비아 총리에 전화를 걸어 이번 사태에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시위대가 대사관에 난입한 지 45분이 지나서야 경찰이 출동한 점 등을 들어 세르비아 정부가 시위대의 폭력을 방관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미국 대사관이 피습되는 지경으로까지 상황이 악화하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정권 당시 망령처럼 떠돌던 극우 민족주의에 편승한 혼란이 다시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중국은 물론, EU 내 상당수 국가들이 코소보 독립에 반대하는 등 국제사회가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폭력사태가 확산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코소보 독립 지지에 대항, 코소보 문제 해결을 위해 무력 사용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로고진 나토 대사는 22일 "EU가 공통된 입장으로 (코소보 독립을 공식 지지하는 쪽으로) 나아가거나 나토가 코소보에서 자체 규정을 위반한다면 이들은 유엔과 갈등을 빚게 될 것"이라며 "그 경우 우리도 폭력, 다른 말로 무력 사용이 존중 받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일을 진행시켜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서방 전문가들은 이달 초 친서방, 온건 성향의 보리스 타디치 세르비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것을 들어 세르비아의 폭력사태가 조만간 진정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코소보 문제 때문에 세르비아의 친 서방정책이 타격을 받는다면 세르비아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 세르비아의 미래가 EU 가입에 있다는 의견이 65%에 달한 반면 전쟁을 해서라도 코소보를 지켜야 한다는 대답은 10%에 불과했다.

세르비아의 정치 분석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반 서방 역풍이 힘을 얻겠지만, 이번 폭력시위는 밀로셰비치 정권 몰락 이후 변화의 흐름에서 탈락한 '패배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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