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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전 뺨치는 안방마님들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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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전 뺨치는 안방마님들 신경전

입력
2008.02.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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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미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되고 민주당에서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번에는 두 주자의 부인들이 상대를 향해 날을 세웠다.

매케인 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이 오바마 의원의 부인 미셸 오바마의 ‘애국심’ 발언을 문제 삼음으로써 촉발된 신경전은 부인들이 남편을 대신해 벌이는 본선의 전초전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두 사람의 기 싸움은 평소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온 신디가 선제 공격을 가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신디는 미셸이 18일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나는 어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미국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다”면서 “그것은 오바마가 잘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미국인들이 변화에 굶주려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았다.

신디는 19일 남편 유세에 참석해 “나는 ‘항상’ 미국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신디의 발언은 미셸이 ‘처음으로’라고 한 부분을 부각시켜 ‘그러면 전에는 미국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애국심이 없었단 말이냐’고 따지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이에 미셸은 20일 신디의 저의를 의심하면서 “나는 미국을 사랑하며 나의 발언은 미국인들의 정치참여 열기에 처음으로 자부심을 느꼈다는 뜻”이라고 해명했고 남편 오바마 의원은 “미셸의 말을 왜곡, 정쟁의 소재로 삼는데 좌절감을 느낀다”며 옹호했다.

‘애국심 논쟁’에서는 신디가 선제공격을 했지만 이제까지의 선거 유세 과정에서는 미셸이 한층 공세적이었다.

남편과 따로 다니며 개인 유세를 하는 것도 미셸이 압도적으로 많다. 흑백 혼혈인 오바마에 비해 확실한 ‘흑인 혈통’을 갖고 있는 미셸은 때로는 거친 직설화법으로 흑인 청중을 사로 잡는다.

이에 비해 모델 뺨치는 외모를 갖고 있는 신디는 최근 보조 연설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남편 유세를 지켜보는데 그친다. 때문에 한때 사회운동을 한 미셸이 남편의 ‘정치적 동지’로 거듭나고 있는데 비해 부모로부터 큰 재산을 물려받은 신디는 매케인의 든든한 ‘내조자 또는 후원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셸과 신디는 출생 및 성장환경 등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미셸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프린스턴대, 하버드대를 거쳐 변호사가 되는 등 자신의 길을 억척스럽게 개척했고 신디는 미국 굴지의 맥주유통업체인 헨슬리 소유주의 무남독녀 상속녀로 부러울 것 없는 성장기를 보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헨슬리 회장이 된 신디의 재산은 3,8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군 조종사로 유부남이었던 매케인이 하와이의 한 칵테일 파티에서 신디를 처음 만난 뒤 첫 부인과 이혼하고 1980년 신디와 결혼해 신디 가문의 본거지인 애리조나에서 정치를 시작한 것을 보면 신디가가 매케인 정계 진출의 ‘자양분’이었음을 알 수 있다.

매케인은 이 때문에 본인의 야망을 위해 첫 부인을 버렸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신디는 80년대 후반 유산과 출산을 반복하다가 척추 수술을 받은 뒤 진통제 남용으로 약물중독에 빠졌던 아픈 기억도 갖고 있다.

이에 비해 오바마가 ‘정신적 지주’라고 부르는 미셸은 오바마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하버드 법대에서도, 졸업 후 취직한 법률회사에서도 오바마의 선배였고 그래서 결혼 전부터 오바마의 강력한 조언자 역할을 해왔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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