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전격적인 6자회담 수석대표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전날 천 본부장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 동아태 차관보의 한미회동 뒤 곧바로 이어진 이벤트여서 북핵 협상의 교착을 야기하고 있는 핵 신고 문제와 관련한 돌파구가 열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북측의 입장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 본부장은 이날 회동 뒤 "김 부상과 합의나 협상을 하러 온 것이 아니고 오랫동안 만날 기회가 없어 인사를 나누려 온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점검하고 다음 단계로의 진전방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천 본부장은 정권 교체에 따른 한국과 미국의 정세변화 가능성 등 한반도 주변상황을 조언하고 북측의 전략적 결단 필요성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핵 협상의 교착 장기화가 북측에 유리할 게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측의 전향적인 입장변화는 엿보이지 않는다. 김 부상은 이날 회동 후 기자들에게 "우리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짤막하게 답변하고 면담장을 떠났다.
이 같은 언급은 '행동 대 행동'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북측은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개발이나 시리아 핵 협력 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해명과 공개를 여전히 꺼리는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로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우다웨이 수석대표도 이날 일본 도쿄(東京)에서 "6자회담이 핵 신고 문제 때문에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며 "현재로서는 6자 회담 개최 전망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핵 신고로 인한 교착상태를 풀만한 해법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의미이며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더욱이 북핵 협상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새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도 경색될 개연성이 높아 선 순환을 달려온 북핵 협상이 악순환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천 본부장은 그러나 "북한은 신고문제를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여러 가지 해법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미 양측의 절충으로 교착 상황이 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이러한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전망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만약 북측이 미국의 차기 정부와 협상할 의도를 가지고 핵 신고를 지연하고 있다면 내년 8월에나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동안 북측의 위기조성과 북미, 남북긴장 등 다시 좋지 않은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