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금통장 개설을 위해 은행을 찾은 직장인 김모(41)씨. “현금카드도 같이 만들어 달라”고 하자, 은행 직원은 현금카드 겸용 체크카드를 개설할 것을 권유했다.
이왕 현금카드를 만들 바에야 체크카드를 만들면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결제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설명이었다. 포인트 적립, 주유 할인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도 있다는 솔깃한 얘기에 김씨는 결국 체크카드를 발급 받았다.
바야흐로 체크카드 전성시대다. 카드 대란 이후 신용카드 이용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는 반면, 계좌 잔액 범위 내에서 사용하는 체크카드 이용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체크카드 = 저소득ㆍ저신용층 카드’의 공식은 옛말. 은행들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맞물려 절제된 소비를 원하는 직장인들의 체크카드 이용도 급증하는 추세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7년중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체크카드 이용건수는 하루 평균 140만건, 금액으로 517억원에 달했다. 1년 전에 비해 건수로는 55%, 금액으로도 53%나 늘어났다. 2004년 전체 카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건수 기준)이 3.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2.8%까지 치솟으며 카드 시장의 당당한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체크카드 발급장수는 신용카드의 절반에 육박했다. 지난해 말 현재 체크카드 발급장수는 1년 전에 비해 1,300만장 가량 늘어난 3,935만장. 신용카드 발급장수 8,716만장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체크카드의 전통적인 이용층은 대학생, 중고생, 일용직 노동자 등 소득이 일정하지 않거나, 신용이 낮아 신용카드 발급이 안 되는 이들. 발급 자격 심사가 까다로운 신용카드와 달리 체크카드는 예금 잔액 범위 내에서만 사용하기 때문에 만 14세 이상(단 만 18세 미만은 법정대리인의 허락 필요)이면 누구나 발급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연회비 부담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대란 이후 카드발급 심사가 엄격해지면서 자격이 안 되는 이들이 속속 체크카드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절제된 소비를 원하는 일반 직장인들로 고객층이 확산되면서 은행들도 마케팅을 강화하는 추세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은행 수익 기여도가 낮다는 이유로 부가 혜택이 전무했지만, 최근에는 주유 할인, 극장 할인, 포인트 적립 등 신용카드에 버금가는 부가 서비스를 탑재하고 있다.
실제 틈새를 노리거나 주 사용층의 소비습관에 맞춰 서비스가 톡톡 튀는 체크카드도 많다. 신한카드가 21일 4만장 한정판으로 내놓은 ‘스타 매니아 체크카드’는 이윤열 박정석 최연성 마재윤 등 프로게이머 4명의 모습을 카드에 담아 게임 마니아를 유혹하고 있다. 부가서비스도 놀이공원 영화 커피전문점 영어학원 할인, 휴대폰 벨 소리 다운로드 등으로 e-스포츠에 열광하는 10대, 20대 고객의 입맛에 맞췄다.
‘KB스타트체크카드’는 새내기 직장인을 위한 주유할인, ‘우리V체크카드’는 영화 놀이공원 패밀리레스토랑 할인, ‘외환 더원 체크카드’는 백화점 및 대형마트 할인, ‘농협OK체크카드’는 OK캐쉬백 포인트로 무장했다.
고금리 혜택을 담은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연결된 신한 삼성 현대 롯데 등 전업계 카드사의 체크카드, 대학생을 겨냥한 은행권의 체크카드학생증, 용돈을 받아 쓰는 중고생을 위한 체크카드 등도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는 추세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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