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2시 서울 중구 소공동 소공지하쇼핑센터 5번 출구 앞. 외국인들이 자주 찾은 이곳 주변은 허름한 업무용 건물들이 흉물스럽게 버티고 있다. 한국은행 쪽 소공로를 따라 건물들은 셔터문까지 내려져 있어 을씨년스럽다. 낡은 건물 외벽에는 고작 20여 개의 우중충한 간판만이 엉성하게 붙어져 있다.
서울 도심중의 도심인 소공동 112의 9 일대가 슬럼화 된 채 7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7개 건물 가운데 3곳이 닫혀 있고 1960~70년대에 지어진 나머지 건물들도 제 기능을 못하면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안전사고마저 우려되고 있다.
21일 서울시와 중구청에 따르면 이 일대는 상업지역으로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지역이다. 2005년 북창동과 함께 제1종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결정되면서 도심 기능과 미관을 키울 수 있는 개발계획 수립이 가능한 것.
특히 시가 2005년 9월 도심 활성화를 위해 세부적 검토가 필요한 지역이라며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할 정도로 가치를 인정 받았다. 시는 최고 80m의 건물높이를 90m까지 완화시키는 내용을 포함, 인근 소공지하쇼핑센터의 지하통로 연결 등 세부적 계획지침까지 마련해 놓았다.
하지만 이 일대 땅 주인들이 서로 다투면서 도심의 대표적 노후지역으로 전락했다. 특별계획구역 내의 대부분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중견 건설업체와 7개 건물을 소유한 지주들이 보상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며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것. 현재는 건설업체가 독자개발을 위해 2001년 1월 빌딩 7개 가운데 4개의 매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머지 3개 건물이 협상 관건인 보상금액을 놓고 난항을 겪으면서 개발사업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특별계획구역에 포함된 3개 건물의 부지를 제외하고는 개발계획 자체를 세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업체 소유인 4개 건물은 폐쇄되거나 대부분 빈 사무실로 사실상 방치되고 있고 나머지 3개 건물도 주변 건물의 흉물로 전락하면서 임대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물 뒤편에는 쓰레기가 쌓이고 고양이들의 천국으로 변하고 있다.
한 임차인은 “보행도로도 좁은 데다가 노후된 건물의 관리도 제대로 안 되면서 손님들이 찾지 않고 있다”며 “밤에도 건물마다 불이 켜지지 않아 죽은 거리처럼 보인다”고 푸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도 지난해 11월 도시미관 훼손이 우려된다며 이 업체에 공문까지 보냈다. 건물 맞은 편에 웨스턴조선호텔이 있고 북창동과 인접해 있어 외국인들이 지나다니고 있기 때문에 개발예정지구의 안내판 등의 설치를 요청한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부시설보수와 깨진 유리창을 끼워놓는 등 건물 안전과 미관관리에 최선을 하다고 있다”며 “나머지 건물주들과의 원만한 협의를 통해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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