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살라망카의 마요르 광장. 서방과 아랍의 지도자들이 모인 가운데 테러 방지를 위한 협약 체결식이 진행된다. 갑자기 광장을 울리는 두 발의 총격, 직격 목표물은 미국 대통령이다. 경호원들이 쓰러진 대통령을 이송하고 용의자를 찾아 뛰어간다. 다시 한 번 대형 폭발이 일어나고, 광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그리고 스톱! 필름은 다시 10여분 전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대통령 저격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현장에 있던 8명의 시각으로 재구성한다. 90분의 상영시간을 정확히 8등분해 ‘되돌려보기’라는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되감기가 거듭될수록, 극의 템포는 빨라진다.
첫 조각이 ‘알레그로 모데라토(중간 빠르기로)’라면 마지막 조각은 ‘프레스티시모(가능한 최대 빠르기로)’다. 하지만 스피드에 흐름이 흩어지지 않는, 점도 높은 연출력을 선보인다.
첫 시선은 현장에서 체결식 현장을 생중계하는 뉴스PD 렉스(시고니 위버)의 것이다. TV 화면을 통해 현장을 지켜보는 가장 일반적인 대중의 시선이기도 하다. 두 번째 시선의 주인공은 경호원 반즈(데니스 퀘이드). 그의 눈을 통해 무대 아래의 모습을 알게 된다. 세 번째는 여행객 하워드(포레스트 휘커)…. 8개의 조각이 하나씩 맞춰지면서, 관객은 사건의 전체 얼개를 하나씩 알게 된다.
점증하는 긴장감과 반전으로 탄탄하게 영화를 엮어내는 응집력이 쇠심줄처럼 탄탄하다. 정교하게 사개맞춤한 가구를 보듯, 매끈하게 영화를 뽑아낸 솜씨에 감탄이 나온다.
미국 중심적 사고와 아랍을 또 다시 테러조직으로 그리는 점이 눈에 거슬리지만, ‘오락’이라는 목적으로 영화관을 찾은 관객에게는 티켓값이 아깝지 않을 선택일 듯. 2004년 <오마> 로 토론토영화제 신인상을 받았던 피트 트래비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28일 개봉. 15세 관람가. 오마>
유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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