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김모(30)씨는 최근 결혼 자금으로 쓸 요량으로 자신의 펀드 통장을 열어보고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3년은 넣어야 수익을 볼 수 있다’는 펀드 판매 직원의 얘기를 듣고 환매의 유혹을 참고 기다렸지만 수익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기 때문. 이럴 거라면 차라리 은행 고금리 적금에 넣어 둘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펀드 투자 초심자들이 펀입 가입을 위해 은행, 증권사를 들를 때면 ‘2,3년은 장기 투자해야 기대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조언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하지만 김씨처럼 3년을 넣고도 수익률이 바닥을 기고 있으면 좌절감이 밀물처럼 닥쳐올 수 밖에.
그렇다고 김씨의 경우가 특수한 경우도 아니다. 불입 기간 중 증시가 횡보를 하거나 하락하는 시기가 있다면 좀처럼 플러스 수익률을 맛보기 힘들다. 게다가 수수료와 보수도 지불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감히 환매하고 안전자산으로 옮겨야 할까, 아니면 꾹 참고 장기 모드로 진입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3년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3년을 장기 투자로 보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는 펀드가 투자상품으로 급부상한 게 2004년도이다 보니 3년을 장기투자로 보지만 선진국은 10년 정도는 돼야 장기투자축에 낀다”며 “3년을 주기로 주식시장이 상승과 하락의 싸이클을 돈다는 분석이 많아 그게 와전된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은 보수체계상 불입 기간이 5년은 돼야 환매 수수료를 물지 않을 정도로 투자기간을 길게 보고 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역사적으로 볼 때 예금, 부동산, 주식 중에서 물가 상승을 상회하는 수익을 안겨주는 투자수단은 주식”이라면서도 “장기투자 3년이라는 의미는 펀드 투자자들이 적립식으로 목돈을 모으려면 최소한 3년은 걸린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채를 보더라도 미국은 10년물이 장기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3년이나 5년이 장기채인 것만 보더라도 아직 장기투자에 대한 개념 정리가 안돼 있다”며 “투자자들은 3년을 펀드의 성과를 본격적으로 확인하는 시작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21일 모건스탠리가 산출하는 MSCI 국가별 주가지수 중 32개국의 연도별 주가지수 등락률을 토대로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 주식형펀드의 투자수익률을 실험한 결과, 3년을 투자했을 경우에 한번도 손해 보지 않은 주식시장은 호주 뿐이었다. 우리 증시는 97년(-57.2%), 98년(-22.9%), 2000년(-14.8%)도에 3년 누적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투자기간을 5년으로 확대하면 멕시코와 칠레, 캐나다가 호주와 함께 손실이 없는 국가군에 포함됐고, 10년 투자의 경우에는 실험 대상 국가의 3분의 2가 넘는 24개국이 무손실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10년을 투자했을 경우 97, 98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익을 얻었다. 특히 만약 98년에 펀드에 가입했다면 10년 수익률이 무려 725.9%에 달했다.
또 32개 국가에 5년간 투자하면 손실을 전혀 입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장기ㆍ분산 투자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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