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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대란' 산업기반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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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대란' 산업기반 흔든다

입력
2008.02.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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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인근의 J조선소. 중소형 벌크선을 만드는 연 매출 5,000억원 규모의 중견 조선소다. 전 세계적 조선경기 호황 덕에 이미 3~4년치 수주물량을 확보, 아무 걱정이 없는 듯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후판(선박용 두꺼운 철판)난’ 때문이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질 좋은 국내철강업체 제품은커녕, 중국산 조차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문은 받아 놓았는데 원재료가 없어 배를 못 만들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가히 원자재 대란이다. 세계경제를 휩쓸고 있는 원자재 가격폭등의 태풍이 마침내 한국경제에까지 상륙했다. 식료품 원료인 밀과 대두(콩)에서부터 철광석과 철강, 원유, 나프타, 알루미늄 등 산업 원재료까지 어느 것 하나 치솟지 않은게 없을 정도다.

지난해 1월 톤당 79달러였던 철광석 현물가격은 현재 200달러 수준까지 두 배 이상 폭등했다. 1년새 콩(95%), 밀(79%), 옥수수(25%) 모두 가파르게 올랐고, 유가는 이미 100달러 시대를 열었다.

가격 급등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돈이 된다’는 생각에 투기 열풍까지 가세하면서 원자재 값 상승이 또 다른 가격폭등을 낳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자칫 ‘스태그플레이션(물가급등 속 경기침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엔 악성 ‘매점매석’까지 가세했다. 원자재가격 자체가 급등한 상황에서 일부 유통ㆍ판매업자들의 사재기까지 겹치면서, 물건은 품귀상태가 됐고 부르는게 값일 정도로 가격만 폭등하고 있다.

고가에 매점매석까지, 산업현장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 합동실태조사에 착수했으며 상황이 가장 심각한 철근에 대해 4년만에 처음으로 매점매석 상품으로 지정, 관련업자들을 처벌할 방침이다.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은 물량확보가 먼저”라며 “경영진 차원에서 사재기를 지시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건자재 유통업체들도 재고를 내놓지 않고 있어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원자재 대란의 충격은 생활현장 구석구석으로 스며들고 있다. 밀가루가격 상승은 라면값, 과자값, 심지어 중국식당의 자장면값까지 올려놓았다. 곡물값 상승여파로 돼지 사료값은 ㎏1년전보다 33%나 올랐다. 반면 수입육 증가와 소비둔화 영향으로 돼지 가격 29%나 하락, 양돈농가를 이중고로 밀어넣고 있다.

양돈 농가 관계자는 “사료값은 뛰는데 돼지값은 떨어지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봄 이후에도 돼지 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양돈을 포기하는 농가가 잇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인플레 선행지표격인 원재료 및 중간재의 1월 물가 상승률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7.3% 올라,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원자재가격 상승은 세계적인 수요 증가에 따른 구조조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경제가 통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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