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고장 난 첩보 위성을 미사일로 요격해 격추했다.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미 해군 순양함 이리호(湖)호는 미 동부시간으로 20일 밤 10시26분(한국시간 21일 오후 12시26분) 하와이 근처 해상에서 스탠더드 미사일 3호(SM-3)를 발사, 지상에서 약 130마일(약 209㎞) 높이에서 떨어지고 있던 목표물을 정확하게 명중시켰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미 국방부는 요격 목적인 연료탱크가 완전히 파괴됐는지 여부는 “앞으로 24시간 안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국방부 관리들은 미사일이 위성에 명중했을 때 폭발로 보이는 현상이 관측됐으며 이는 미사일이 연료탱크에 정확히 명중했음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고장 난 위성을 떨어지도록 방치했던 종전과 달리 이번에만 미사일로 요격하는 데 대해 “이 위성의 연료탱크에 454㎏의 유독물질(히드라진)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며, 이 연료탱크를 태워 없애는 것이 목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국방부는 위성이 미사일에 요격된 위치가 대기권 바로 위로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이기 때문에 대부분 잔해가 24~48시간 내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연소될 것이며 나머지 잔해도 40일 안에 대기권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잔해가 100% 연소될 것이라 장담할 수 없으며, 파편들이 우주쓰레기로 남아 다른 위성이나 우주비행에 장애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위성 격추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이번 작전은 사실상 미사일방어(MD) 실험이며, 군비 경쟁을 우주로까지 넓힘으로써 ‘우주 전쟁’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SM-3 미사일은 원래 위성이 아닌 적국의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격추하기 위해 개발된 MD용 미사일로, 이를 이번 작전에 사용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미사일을 발사한 순양함 이리호 호는 6년 동안 12차례나 MD 실험 작전에 참가했던 군함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위성 격추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수명이 다 된 위성을 격추했던 중국은 위성을 격추하기 위해서는 지상에서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하면 충분하다면서 굳이 탄도탄 요격용 미사일로 해상의 이지스함에서 발사하는 것은 “위장된 MD 실험”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이번 요격 성공으로 미국은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MD 시스템을 쉽게 위성 요격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처럼 우주무기 개발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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