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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쿠바 경제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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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쿠바 경제봉쇄

입력
2008.02.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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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는 지난해에도 미국의 쿠바 경제봉쇄 해제촉구 결의안을 압도적 다수로 채택했다. 16년째 이어진 결의안이었다. 찬성 184표, 반대 4표, 기권 1표. 유엔총회 결의안 가운데 이렇게 다년간 압도적인 찬성 사례는 흔치 않다. 그런데도 미국은 쿠바경제 봉쇄를 고수해왔다.

반대국은 당사국인 미국을 비롯 이스라엘, 팔라우, 마셜군도 등이며 기권국가는 마이크로네시아였다. 전 세계 국가 가운데 미국 이스라엘과 함께 쿠바와 수교하지 않은 3개국 중 하나인 한국은 몇 년 전까지 기권으로 미국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 미국의 쿠바 경제봉쇄는 1962년에 시작됐으니 벌써 46년이 됐다. 냉전 시절에는 중남미지역에서의 소련의 영향력 차단과 공산주의 확산 방지가 주요 명분이었다.

하지만 동구공산권이 붕괴된 이후 봉쇄정책은 더 강화됐다. 쿠바경제의 젖줄이던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지원이 끊긴 틈을 타 카스트로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했던 것이다.

대쿠바 강경책은 공화당 출신과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봉쇄조치를 한층 강화한 헬름스-버튼 법이 통과된 것은 1996년 클린턴 1기 행정부 때였다.

▦ 1998년 1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쿠바 방문을 계기로 경제제재 철회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클린턴 정부는 식량 및 농산물 판매 허용 등 일부 완화 조치를 취했다.

그것도 잠시, 조지 W 부시 행정부 들어 봉쇄 정책은 한층 더 강경해졌다.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대통령이 등장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638번에 이르는 암살 기도에서 살아남은 카스트로를 권좌에게 물러나게 한 것은 봉쇄가 아니라 더 이상 격무를 감당하기 어려운 고령과 질병이라고 보는 게 옳다.

▦ 미국에서도 진작부터 경제봉쇄의 효과에 대해 회의론이 많았다. 독재정권 담당자들보다는 무고한 일반 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기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근거에서였다. 실제로 과거 이란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에서도 독재자는 건재한데 어린이와 노약자들만 다수 희생시켰다.

카스트로는 경제봉쇄를 반정부적 지식인과 시민사회세력 탄압에 활용하기도 했으니 미국은 결과적으로 정권 유지를 도와준 셈이기도 하다. 역사에 가정은 부질없다지만 일찍부터 교역과 교류를 허용하는 정책을 폈다면 쿠바의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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