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동강난 사고 헬기 잔해를 보자 유족들의 눈에선 이내 눈물이 흐르고, 입에선 통곡이 나왔다. 새벽 잠까지 설치며 보러 온 것이 ‘결국 이거였나’ 하는 억울함에 오열은 더욱 높아갔다. 불러도 대답 없는 7명의 이름은 메아리로 되돌아올 뿐이었다.
21일 오전 11시20분, 군 당국이 마련한 버스를 타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을 출발한 지 약 2시간만에 도착한 경기 양평군 용문산 입구. 주차장에서 7대의 지프에 분승해 5분 정도 달린 뒤 20여분을 걸어 1,115m 고지 사고 현장에 도착한 유가족 23명은 처참한 모습으로 나뒹굴고 있는 사고 헬기를 보곤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고인들의 넋을 기리는 묵념을 한 뒤 유족들은 하얀 국화꽃을 들고 차례대로 사고 현장으로 들어가 군 관계자들의 안내에 따라 현장 감식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시신 위치 등을 확인했다. 유족들은 특히 현장 보존을 위해 사고 당시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는 고인들의 유품들을 확인하곤 목놓아 울었다.
당직근무가 아닌데도 중환자의 응급처치를 위해 사고 헬기에 자진해 올라탔던 간호장교 고 선효선(28) 대위의 시어머니 이영자씨는 사고 현장에서 발견한 며느리의 한쪽 신발을 가슴에 품고는 “엄마 얼굴도 모르는 핏덩이들은 어떻게 하고 먼저 가냐”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의무병 고 김범진(22) 상병의 아버지 김병익씨도 사고 헬기 잔해 속에서 찾아낸 핸드크림을 쓰다 듬으며 “이번 겨울에 손 트지 말라고 보내준 거”라며 “우리 아들 마지막이 얼마나 추웠겠냐”고 통곡했다.
50분간 이어진 사고현장 방문을 마친 유족들은 곧바로 인근 육군 20사단 현장대책본부로 이동, 군관계자와 사고 현장 방문과 관련된 질의응답 시간을가진 뒤 오후 4시국군 수도병원으로 돌아왔다.
오후 4시30분부터 군 당국과 영결식 및 보상금 문제를 협의한 유족들은“사고 원인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는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던 전날의 격앙됐던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22일오전 9시 국군수도병원 체육관에서 1군사령부장으로 영결식을 열기로 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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