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서 주목 홍상수 감독"내 영화는 '틀거리'가 유별나"
"한 마디로 정리되지 않는 것, 말이 되지 않는 것이 삶이죠."
<밤과 낮> (제작 영화사 봄)의 홍상수 감독은 제58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마치고 여전히 시차 적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19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낮' 속에 있었지만 그의 생체리듬은 여전히 '밤'이었다. 밤과>
홍상수 감독은 베를린에서 경쟁부문에 진출했지만 수상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 감독은 "제 영화는 보는 틀거리가 유별나죠. 제가 도달하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은 장르라는,익숙한 형식에 대입해서는 이해가 안 가요. 보는 이마다 다른 영화라고 할까요. 그런 영화가 보편성을 중요시하는 영화제에서 경쟁부문까지 간 것만 해도 충분히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해변의 여인> 이후 미국 뉴욕에서 아내와 통화를 하다 <밤과 낮> 의 모티브를 얻었다. 홍 감독은 "우리는 시간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데 가까운 남녀가 완전히 반대되는 시간에 통화를 한다는 느낌이 묘했어요. 제목도 거기에서 모티브를 얻었죠"라고 말했다. 실제로 홍 감독은 <밤과 낮> 에서 파리의 성남(김영호)과 서울의 인성(황수정)의 통화를 실시간으로 촬영했다. 덕분에 황수정은 새벽 3시에 촬영을 해야 했다. 밤과> 밤과> 해변의>
홍 감독은 김영호나 박은혜, 황수정을 캐스팅한 데 대해 "그저 감(感)이에요. 누구를 사랑할 때 이유를 댈 수 없듯이"라고만 말했다. 홍 감독은 <밤과 낮> 을 시작하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도망간다' '끝에는 거짓말로 구제받는다'는 큰 덩어리만 구상했었다. 거짓말로 구원을 받는다는 설정에 묘한 쾌감을 느꼈다. 보통 사람들은 구원이 방법론이 정통적으로 정당해야 한다고 하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밤과>
물론 그가 늘 고민하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가 기본이다. 홍 감독은 "남녀관계만큼 복잡한 동시에 본능인 것도 없죠. 가장 이성적인 이도 미신적인 일도 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사람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것이 사랑이라 관심이 많습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자유를 향해 고뇌하는 구도자 같았다. 정해진 틀에 자신의 영화를 가두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홍 감독은 "흔히 말하는 한 마디의 주제의식은 없어요. 어떤 태도는 있죠. 통념이나 습관적인 믿음으로 결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태도요. 항상 남들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잘 결정하는, 즉 통념성에 매몰되기 보다는 자기 경험에 충실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이요. 남의 시선이나 잣대에 의해 평가하지 말고 그런 감정을 일단 둬야 한다고 봅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불륜을 예로 들었다. 그 감정이 1000 중 5라면 버려야 할 감정이지만 1000이면 가져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사회적인 잣대 속으로 스스로 숨어 버리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홍 감독은 "자신의 실체에 대한 인식이 먼저 있어야 해요. 남의 잣대로 하려 하면 속이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죠"라고 말했다.
그래서 홍 감독은 영화 속 장면의 의미를 물으면 이렇게 답한다. "그냥 그대로 두십시오. 받아들이게 되는 것만 받아들이고요. 제가 어느 정도 의도를 갖고 넣은 장면이겠지만 때로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의미까지 발견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것 또한 재미지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영화에서 홍 감독 특유의 노출이 없는 이유는? 홍 감독은 "베드신이나 노출을 터부시하는게 지겨워서 한동안 배우를 벌거벗게 했었죠. 사람이 밥 먹는 거나 섹스하는 거나 일상적인 데 왜 금기시 하느냐,라는 생각에요. 전복하는데서 오는 쾌감이 컸죠. 그런데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부터는 갑자기 질렸고 <극장전> 이후엔 그런 감정이 확실해져서 이제는 안 벗겨요"라고 말했다. 극장전> 여자는>
홍 감독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통념이나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는, 전복을 꿈꾸는 순수한 청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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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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