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영화 '밤과 낮' 김영호
제5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고 귀국한 배우 김영호의 얼굴은 밝았다. 1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영호는 "귀국 후 이틀간 매일 8시간씩 운동을 했더니 다행히 시차 적응은 문제 없어요"라며 웃었다.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 (제작 영화사 봄)에서 파리로 도피한 화가 성남을 맡아 베를린영화제의 남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됐다. 한국에 아내 성인(황수정)을 두고 파리에서 유정(박은혜)와 사랑을 나누는 능청스런 연기를 밉지 않게 해 낸 덕이다. 밤과>
정작 그는 술도 잘 못 하고 담배는 아예 하지 않는 '바른생활사나이'다. 운동하고 사진 찍고 자연과 호흡하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SBS <야인시대> ,KBS 2TV <두번째 프로포즈> 등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스타'라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었다. 두번째> 야인시대>
그런 그가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 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했다. 갑자기 전세계 언론의 관심을 얻으니 얼떨떨하고 적응이 되지 않을 뿐이다. 김영호 스스로 '내 인생의 가장 큰 전환기'라고 표현한 <밤과 낮> 에 발을 들여놓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밤과> 밤과>
시간별로 들여다본 그의 '낮과 밤'
# 2007년 5월
김영호는 홍상수 감독으로부터 "만나자"는 제안을 받았다. 홍 감독은 배역 대해 설명을 하거나 시나리오를 건네는 대신 "농구를 하자"고 했다. 농구코치를 지낸 경력의 홍 감독은 김영호와 스태프와 무려 12시간이나 농구를 했고, 홍 감독은 다음날 김영호를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김영호와 홍 감독은 촬영 전 매일 만났다. 김영호는 "3개월 동안 농구도 하고, 술도 많이 마시고, 가위바위보도 했죠. 덕분에 농구를 새롭게 좋아하게 되었어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김영호는 홍 감독의 출연 제안을 받고 홍 감독의 작품성이나 해외에서 인정 받는 면들에 우선 끌렸다. 한편으로는 강한 이미지를 도맡았던 자신이 말랑말랑한 연기를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도전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만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홍 감독과 '평생 보고 지낼 형 동생 사이'가 됐다는 믿음이 생겼다.
# 2007년 8월
프랑스 파리로 떠나 <밤과 낮> 을 촬영했다. 첫 촬영에서 성남이 늘 들고 다니는 비닐봉지를 들고 후줄근한 차림을 한 김영호를 본 스태프는 놀랐다. 김영호는 어느 틈에 성남이 되어 있었다. 건장한 체격과 반듯한 이미지는 온데 간데 없었다. 밤과>
매일 오후 6시께 촬영이 끝나면 홍 감독은 다음날 촬영의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김영호는 성남의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홀로 숙소에 있었다. 혼자 와인을 사다 마시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성남처럼 혼자가 되려고 했다.
어느 순간 김영호는 성남이었고, 성남이 김영호였다. 실제로 홍 감독은 가끔 김영호에게 던진 질문을 영화 속 대사로 살려냈다. 성남이 유정에게 "너랑 자고 싶어"라고 말하는 게 그런 예다.
김영호는 "하루는 감독님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못 해 본 말이 뭐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너랑 자고 싶어'라는 말을 쑥스러워서 못 해 봤다고 했더니 대사에 살려놓으셨어요"라고 말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 앞에서 나누는 대화 역시 촬영 전 김영호가 무심코 던진 말을 그대로 영화에 살려냈다. 세상의>
김영호가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박은혜에게 뺨을 맞는 장면. 무려 50대나 맞았다. 성남이 옛 애인에 대한 미안함과 유정에 대한 연민 때문에 울고 있었고, 유정 역시 서글퍼서 우는 장면이기도 하다. 김영호는 '착한' 박은혜가 뺨을 때리고 미안해하자 오히려 박은혜를 위로했다.
"남자다운 성격 같다"고 하자 김영호는 "제가 이 외모에 남자답지 않으면 어쩝니까,하하"라고 말했다.
# 2008년 2월
김영호는 생에 처음으로 세계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김영호는 "기자시사회에 1,600여명이나 참석해 깜짝 놀랐어요. 그곳 취재진들이 저에게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제가 영어를 잘 못해서요,하하"라며 웃었다.
김영호는 "영화를 본 분들이라 심도 있는 질문들을 많이 하셨지요. 저에게 '성남이가 나쁜 남자다'는 말들도 많이 해 주셨어요. 사실 저는 지금 생각하면 '성남이 한 게 미친 짓인가 보다' 싶기도 하지만 그 때는 절실했거든요. 그냥,그 사람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김영호는 잠시 생각하더니 진지하게 "성남이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여자에게 에너지를 얻고 예술적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김영호는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자는 세상의 전부"라는 멋들어진 대답을 내놓아 기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영호는 베를린영화제에서 마지막밤인 14일 경쟁작에 출연한 배우들과 인사를 나눴다. 김영호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갑자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니까요. 언젠가 점쟁이가 저보고 공로가 다른 사람에게 뭬튼?팔자라고 했는데 올해부터 괜찮다고 했던 것 같아요. 그 말대로 된 것일까요"라며 웃었다.
# 2008년 3월
김영호는 한 숨 돌리고 필리핀에 있는 아내와 세 딸에게 다녀올 요량이다. 그야말로 그에게 '세상의 전부'인 가족이다. '기러기 아빠'이기 때문에 김영호는 한국에서는 매일 혼자 있다.
"혼자 사진을 많이 찍어요. 하이힐 뒷굽도 찍고, 소나무도 찍고…. 특이한 것, 눈에 보이는 것을 그저 찍죠. 운동을 너무 좋아해서 최근에는 하루 2시간씩 골프연습장에서 연습을 했어요. 필드는 잘 나가지 않지만 속옷까지 흠뻑 젖는 게 개운해서요."
4월에는 차기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베를린에 있는 동안 들어온 작품 중 하나로 결정이 될 것 같단다. 김영호는 아마 이 작품에 출연하는 동안에는 또 다른 인생을 살 것이다. <밤과 낮> 촬영을 마치고도 성남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 한동안 방황했듯이 그는 늘 그 배역을 새롭게 살아낸다. 밤과>
# 2008년 12월
김영호는 올해 말에는 자신이 보컬로 있는 밴드 지풍우의 공연을 할 예정이다. 지난 2005년 결성된 록밴드이다.
김영호는 "작년에 상해에서 공연도 했었죠. 올해 100명 정도 모이는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면 어떨까 해요. 우리 멤버들은 1년 동안 한 번도 안 만나도 밴드라고 해요. 기타는 바람같고, 피아노는 구름 같고, 드럼은 너무 착해, 야생동물 같아요. 다 제가 좋아하는 자연 같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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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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