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선에서 제1당이 된 파키스탄인민당(PPP)이 야당 중심의 연립내각 구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PPP와, 제2당이 된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_N)의 연립내각 구성 논의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PPP 당의장은 19일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민주세력을 아우르는 거국내각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여당인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_Q)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거 정부 인사에게는 관심이 없다”며 선을 분명히 그었다.
자르다리 당의장은 총선 직전 “선거에서 승리하면 어느 세력과도 손잡을 수 있다”며 여당과의 연대에 여지를 남긴 바 있다. 당시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총선 이후 새 내각 구성을 둘러싼 PPP와 PML_N의 갈등을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자르다리가 입장을 선회하면서 양당의 행보는 연립내각 구성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 자르다리의 이날 발언은 이번 총선이 파키스탄 민주화의 마지막 기회라는 국민 열망을 반영한 것이다.
파키스탄 민영 지오(Geo)TV에 따르면 20일(한국시각) 오전까지 총 272개 투표소 가운데 262곳의 개표가 완료돼 PPP가 87석,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PML_N이 66석을 획득, 총 의석의 58%를 확보했다. 군소야당과 무소속 당선자를 규합할 경우 대통령 탄핵 가능선인 3분의 2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르다리는 기자회견에서 부토 전 총리 암살사건 재수사를 새 내각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자르다리는 “우리는 누구와 정부를 구성하든 유엔에 의한 부토 암살사건 수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 집권 시기에 맺힌 한을 풀며 과거사 청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야당 중심의 새 내각은 우선 무샤라프 대통령의 권력 제한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뉴스위크는 대통령의 총리해임권을 위헌으로 규정하고 지난해 11월 국가비상사태 당시 해임된 이프티카르 초드리 전 대법원장을 포함한 기존 사법부의 복권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무샤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탄핵 가능성 때문에 야당의 조치에 쉽게 반대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무샤라프 대통령은 19일 총선 참패에 따른 야권의 사임 요구를 거부했다. 라시드 쿠레시 대통령 대변인은 “이번 선거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며 “무샤라프 대통령은 임기 5년의 대통령으로 선출됐다”며 사임 요구를 일축했다.
김회경 기자 mailto: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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