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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지도층 '명철보신' 의미 되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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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지도층 '명철보신' 의미 되새겨야

입력
2008.02.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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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권교체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한편에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많은 토론과 검토를 거쳐 정리된 결과를 발표하기도 전에 한반도 대운하의 건설 여부를 놓고 찬반으로 갈려 열띤 공방이 치열하다.

이러한 현상들과 관련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소신과 가치관이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바뀌는가 하면, 일말의 양심 있는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복지부동(伏地不動)하는 기회주의자들이 늘어만 가는 것 같다. 요즘 흔히 하는 표현으로 소위 '명철보신(明哲保身)'족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명철보신'이라는 말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시경(詩經)을 읽어 보면 '명철보신'이 본래 의미에서 완전히 벗어난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말은 시경(詩經) 대아(大雅)의 '증민(蒸民)편'에 나오는 말로 "사리에 맞고 밝게 몸을 잘 보전하여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부지런히 한 임금을 섬기네(旣明且哲 以保其身 夙夜匪解 以事一人)"라는 구절에 들어 있다. 이는 주(周) 선왕(宣王) 때의 재상인 중산보(仲山甫)의 덕망을 칭송하는 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를 '난세에 현명하게 잘 처신하여 자신의 몸과 집안을 지킨다'는 뜻으로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도 분명히 밝힌 바가 있다. 선과 악을 분별하는 것을 '명(明)'이라 하고, 시(是)와 비(非)를 판별하는 것을 철(哲)이라 하며, 곁에서 몸을 부축해 지켜주는 것이 보(保)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명(明)'이라 함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이해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한다는 뜻이며, '철(哲)'은 도리에 맞는 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는 뜻이지, 눈치나 보고 손익 따지며 말을 할 것인지 아닌지 판별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지난 한 해를 사자성어(四字成語)로 풀이하여 자기기인(自欺欺人-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이는 것)이라고 했을까. 물론 그 내용들은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행태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진다.

글로벌화 하는 지구촌 시대에 걸맞게 이젠 우리 사회가 좀더 품격있게 변화하고 도약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 정부 출범을 즈음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전도된 의미의 '명철보신'이 아닌 정말로 제대로 된 본래 의미의 '명철보신'하는 사람들이 많이 출현하기를 기대해 본다.

윤광희 한국수자원공사 충주권 관리단장

<저작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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