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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F학점, 자성과 분발의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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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F학점, 자성과 분발의 기회로

입력
2008.02.2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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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제자들이 학교 관련 서류를 떼러 와서 하는 소리가 있다.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열심히 할 걸 그랬어요. 편입하거나, 대학원 진학 또는 유학을 가려 해도 학점이 썩 좋지 않아서요. 특히 F 학점, 이건 진짜 너무 심해요. 다른 학교들은 F를 없애 준다던데, 우리 학교도 그러면 안 되나요?"

그래서 알아보니, 대학에 따라 성적증명서에 F학점을 기재하는 방식이 달랐다.즉, F학점을 받으면 성적증명서에 0점으로 표기하는 학교, F가 나온 과목은 알아서 삭제해주는 학교, 그리고 F학점을 그대로 표기하는 학교들이 있다.

성적증명서는 취업과 상급 학교로의 진학을 위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필수항목 중의 하나이다. 물론 다른 제반 능력에 비중을 두어 성적은 참고자료로 사용되기도 하고, 그것의 반영 비율이 높은 분야도 있지만,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기왕이면 좋은 학점이 찍힌 성적표를 제출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증명서에 있는 F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그것을 지우고 공란 처리해주거나, 학점이 아닌 0점으로 표시해주기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타고난 얼굴도 성형으로 바꾸고, 사진도 포토샵 안한 것이 드문 세상이니, 성적증명서에서도 F는 가리거나 지워줘야 하는 것일까?

재학 중에 학생들이 F를 맞을 경우 그것을 만회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계절 학기를 포함한 다른 학기를 이용하여 같은 과목을 재수강하여 높은 학점으로 대체하거나, 다른 과목으로 F학점을 보충 또는 졸업을 연기하면서라도 학점을 관리할 수 있다.

요즘은 일부 학교들이 졸업 후의 진로를 고려하여 후한 학점을 부과하는 이른바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도 물론 있다. 허나, 학점을 산출할 때 출석, 시험, 과제, 조별 활동, 발표 등으로 하위점수를 매기다 보면 학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간 해서 F가 나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난 시절 학점 관리의 기회를 놓쳐 어쩔 수 없이 F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그대로 드러내놓을 수 없을 만큼 F는 치명적인 것일까? 학교에서의 수재가 사회에서도 수재인가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듯이, 그 사람이 '실제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는 것과 학교 때의 성적이 높으니 현장에서의 실력이 더 나을 것이라는 단정은 곤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사회는 높은 학점은 물론이고 외국어능력 인정 점수, 자격증, 현장 연수 및 경력 등 수치로 표시되는 것들을 점점 더 높이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우리 젊은이들은 한정된 시간 내에 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요구조건을 충족시키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그러다 보니 실속보다는 포장에, 꾸준함보다는 신속함에, 앞뒤를 돌아볼 여유없이 유리한 것은 살리고 불리한 것은 덮으려는 경향을 가지게 되지는 않았을까.

F학점의 학생들에게 제안해본다. 그리 유쾌하진 않겠지만 그것 또한 자신의 모습 중 하나이다. F학점 자체보다는 그것으로 인해 받게 될 사회적 손해가 염려되어 성적표에서 없어지기를 바라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그대가 무엇을 배워 지금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떠올릴 수 있다면 오히려 그것은 더 큰 훈장이 되기도 하리라.

또 취업현장에서도 성적표에 찍힌 결과만 볼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변화한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능성과 주문식 교육, 인턴십 등을 통해 현장적응력과 진정한 가치를 중시하는 풍토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황정숙 청강문화산업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저작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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