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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M&A 실탄을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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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M&A 실탄을 준비하라"

입력
2008.02.2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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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하반기 나올 '큰 매물'을 잡기 위해 실탄 확보에 나섰다.

최근 대기업들이 기업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진출 등 미래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전환사채 발행, 외화자금 차입, 은행대출, 알짜 자회사의 상장 등 다양한 루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1월 말 현재 44조9,893억원으로 1월 한달 동안에만 3조5,671억원(8.6%) 급증했다. 지난해 10월 8,006억원, 12월 1조3,143억원에 비하면 2~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GS그룹. GS홀딩스와 GS칼텍스는 올해 하반기에 매물로 나올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오일뱅크 M&A를 위한 현금 확보 차원에서 최근 전환사채 발행 한도를 두 배로 확대키로 했다.

GS는 20일 다음달 7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상환우선주와 전환가능주식 발행 근거를 마련하고, 신주 인수권과 전환사채의 배정 범위나 발행한도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정관 변경안을 상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새 정관에 따르면 GS는 우선주에 대해 배당을 하지 않아도 이듬해에 누적배당을 안 해도 되고, 상환우선주나 전환가능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신주인수권은 거래 금융기관뿐 아니라 전문 투자자에게도 발행할 수 있도록 배정 범위가 확대했고, 전환사채 발행 한도를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늘렸다.

GS칼텍스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50% 넘게 늘었는데도 기업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해 미국 합작사인 셰브론과 협의, 배당금을 절반 수준인 1,260억원으로 줄이고 외화자금 차입을 위해 무디스로부터 신용평가를 받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3조원이 들어가는 제3 HOU 등 고도화 시설에 대한 투자와 M&A 등에 대비해 배당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도 최근 10억 달러 규모의 외화자금 차입을 추진 중이다. SK텔레콤은 과거 3억~4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한 적은 있지만 5억 달러 이상의 대출은 1984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SK텔레콤은 최근 한 외국계 투자은행(IB)을 통해 10억 달러 규모의 외화자금 차입을 타진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회사 관계자는"타진한 것은 사실이나 차입 목적이나 규모는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금융업계 관계자는"현금 조달력이 뛰어난 SK텔레콤이 외화자금을 채권이 아닌 론 형태로 조달하려는 것은 M&A 용도일 가능성이 높다"며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SK텔레콤이 현재 미국에서 한 인터넷 기업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SK에너지도 이 달 말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SK에너지측은 이와 관련,"회사채 차환자금을 마련하고, SK인천정유가 합병 이전부터 건설 중인 고도화 설비 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CC가 지난해말 10억 달러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의 용도도 관심거리다. KCC는 20일 "올해 소요될 2,3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자금에 EB 발행을 통해 마련한 자금에서 일부 사용하고 한라그룹의 만도 지분인수에 사용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나머지 자금의 용도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KCC가 보유한 10억 달러 중 일부 자금은 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가가 관심을 가진 현대건설이나 현대오일뱅크의 인수에 참여하는데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KCC가 최근 자체적으로 해외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SK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SKC&C 를 비롯해 포스코, LG그룹, 현대중공업 등의 알짜배기 자회사의 잇따른 상장 추진도 인수 자금확보 전략으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으로 우호적인 기업환경이 조성되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를 위한 자금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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