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인구 3만5,000명의 소국이자 조세 피난처로 잘 알려진 리히텐슈타인의 은행에 대한 탈세 수사에 나서면서 리히텐슈타인의 경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리히텐슈타인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독일 정부는 수사를 강행할 계획이어서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19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부왕인 한스 아담 2세를 대신해 리히텐슈타인을 통치하고 있는 알로이스 왕세자는 “어느 국가도 이웃 우호국의 법 규정을 어기면서 정보를 빼낼 권리가 없다”며 “독일이 리히텐슈타인을 공격하는 방법으로는 탈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왕세자의 발언은 독일 검찰이 리히텐슈타인 최대 은행인 LGT에 계좌를 개설, 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독일 고객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한 항의 표시이다. 앞서 독일 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BND)은 LGT의 전직 직원에게 500만 유로(약 69억원)를 주고 독일인 고객 정보를 매입했다. BND가 외교 마찰과 불법 소지가 있음에도 돈을 주고 고객 정보를 매입한 것은 독일 부자와 사업가들이 이 은행에 비밀 계좌를 개설, 거액의 세금을 포탈했다는 혐의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이번 탈세 수사로 리히텐슈타인은 독일 고객 뿐 아니라 아시아, 중동 부호들의 계좌가 감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리히텐슈타인의 15개 은행은 지난해 독일, 프랑스 등 해외 고객 자산 유치 등으로 269억 유로의 순이익을 거두었다. 리히텐슈타인은 국내총생산(GDP)의 30%를 금융업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리히텐슈타인이 돈 세탁 방지법을 제정하는 등 금융 투명성을 강화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압박 공세를 높이고 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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