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벽돌 위에서 5년 넘게 살아본 적도 있다. 나를 '성공신화'로만 부르지 말아달라."
이명박정부 초대 농정책임자로 낙점된 정운천(53) 농수산식품부 장관 내정자는 별명이 여럿이다. '키위 재벌', '벤처농업계의 이건희' 등 한결같이 주로 농업에서의 그의 성공을 가리키는 것들이다.
하지만 정 내정자는 "그런 칭찬은 이제 부담스럽다"고 했다. 청문회 준비와 업무 보고 청취 등으로 바쁜 그를 20일 서울 양재동 aT(농수산물유통공사)센터 내 한국농업CEO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제가 너무 '성공신화'로만 부각되는 것은 피하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힘든 처지의 농민들이 이질감을 갖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사실, 어느 누구보다 어려운 밑바닥 생활을 많이 해서 농민들의 절망을 이해합니다. 비닐하우스 안에 벽돌로 잠자리를 만들어 놓고 5년을 넘게 살았습니다."
사실 그에 대해선 '삐딱한' 시각이 있다. 한편에선 '잘 나가는 정운천이 과연 농민의 애환을 알기나 할까?', 다른 한편에선 '농사 짓는다고 농정까지 잘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지적한다.
정 내정자도 그런 점이 부담스럽다고 했다."수십 년을 들판에서만 살다가, 이제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거죠. 걱정입니다. 들판에서야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도 툭툭 털고 저 한 몸 다시 일어서면 그만이지만, 정부 일이야 어디 그런가요." 그러면서도 그는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나를 부른 것은 농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라는 주문이 아닌가 싶다"며 "굳어진 농업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켜 살아 꿈틀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내정자는 국내산 키위에 '참다래'라는 이름을 붙인 당사자. 84년 전남 해남에서 참다래 농장을 경영하기 시작, 91년 농민들의 출자를 받아 '참다래 유통사업단'을 설립하고 대기업 수준의 기획과 마케팅으로 고수익을 창출했다.
초등학교 5학년 사회 교과서에 신지식 농업인으로 소개돼 있는데, '참다래 아저씨'란 애칭은 거기에 나온다. 그래도 대학(고려대 농업경제학과)을 나와 25년 넘게 농업에 헌신해 오며 키위 시장 개방, 태풍 피해, 화마 등 온갖 어려움을 겪었다.
청문회는 걱정되지 않을까. 정 내정자는 "농림부 감사담당관에게 나를 철저히 스크린해보라고 말했다. 자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청문회를 통해서 확실하게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국민들에게 확신을 심어주겠다"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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