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기가 막힌다. 건설 비수기인데도 이렇게 오르는데 봄이 되면 얼마나 더 오를까 걱정이다."(파주운정지구 현장소장 김모과장)
"자재 값이 너무 뛰어 결재를 올리기 무섭다. 원자재 가격 상승 파동이 이렇게 무서운 지 몰랐다."(대형건설업체 구매팀 과장)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불똥이 건설현장으로까지 튀고 있다. 건축자재의 '뼈대'인 철근과 '살'인 시멘트값이 갑자기 치솟는데다, 유가 상승으로 유화제품까지 오르면서 마감재까지 원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두달 동안 철근 값이 15% 이상 올랐고, 시멘트값도 10%이상 상승하는 등 자칫 자재파동조짐까지 엿보이고 있다.
■ 뛰는 원자재 값 날아가는 건자재 가격
건설업계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철근과 철판 값 상승이다. 건축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업계에 다르면 지난해 1월 톤당 46만6,000원에 시세를 형성했던 고장력 철근(10㎜)이 이 달 들어 69만1,000원으로 1년새 48%나 치솟았다. 고철값도 지난해 1월 24만원에서 올해 1월 36만원으로 1년사이 50%나 올랐다.
상승폭은 최근들어 더욱 가파르다. 고장력 철근(10㎜)의 경우 최근 두 달간 10만원(16.9%)나 상승했다. 건설사에서 철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건자재 구매 중 25%를 차지할 만큼 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시멘트와 레미콘 값 등 다른 건설관련 원자재 값도 마찬가지다. 이 달 초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 등 업체들은 톤당 시멘트값을 일제히 6,000원씩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시멘트 유통 가격이 5만3,000원에서 5만9,000원으로 11.3%나 상승하게 됐다. 시멘트와 자갈을 주원료로 쓰는 레미콘 업체들도 레미콘 공급가를 다음달부터 지금(㎥당 4만7,000원)보다 10.6%오른 5만2,0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하고 현재 건설업체들과 협의 중에 있다.
한 대형건설사 구매팀 관계자는 "2월 들어서는 건자재 뿐 아니라 유화제품까지 오르면서 타일과 장판 등 마감재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추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분양가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사비상승, 분양가인상 등 연쇄적인 인상행렬이 우려되고 있다.
■ 사재기에 의도적인 공급 조절까지
이 같은 가격인상에 편승, 일부 업체들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가격폭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자재담당 관계자는 "원자재값 상승을 고려하더라도 건설비수기인 1,2월에 건자재가 폭등하는 것은 분명 '이상현상'이다. 일부 건자재 업체들과 건설업체들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지역과 서울지역의 일부 업체들이 한 겨울에 한꺼번에 대량 주문을 내면서 가격 조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여기에 건자재 값 상승을 이용한 철강업계 등 건자재업계의 인위적인 공급 조절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한 건설업체 한 임원은 "최근 들어 일부 철강업체들이 가격을 올려받기 위해 납품시기를 의도적으로 늦추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실제 현장에서 구매하는 가격은 시장가격보다 5%이상 형성되고 있어 건설업계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격상승에 편승한 구태가 또다시 재연되자 당국도 조사에 나섰다. 건설교통부와 산업자원부, 대한건설협회 등은 20일부터 건자재 사재기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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