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여야가 합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골자는 통일부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를 다른 부처에 통폐합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원안에서 통일부와 여성부를 살린 데 있다.
이와 함께 농민들의 반대가 심했던 농림부 산하 농촌진흥청의 민간이양은 2월 국회에서 다시 논의키로 했고, 대통령 직속으로 배치한 국가인권위원회는 독립기구로 남기기로 했다.
통일부 폐지는 애초부터 국회 협상을 위한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고, 여야의 협상 과정에서 일찌감치 존치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명박 당선인도 조각 명단을 발표하면서 무임소 국무위원에 안보전문가인 남주홍 경기대 교수를 임명함으로써 통일부 존치를 사실상 인정했다.
여성부 역시 협상 막바지에 여성부로 존치시키거나 양성평등위원회를 장관급으로 격상시킨 뒤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방안 중 하나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 당선인은 작은 정부의 취지가 훼손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통합민주당이 해수부 폐지를 양보한 상황에서 원칙만을 고집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족 기능을 보건복지부로 이양한 것은 태아에서 노후까지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평생복지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이 당선인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처음에 인재과학부였던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계와 과학계의 건의를 수용해 이름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로 이관키로 했던 기술개발 등 관련 업무도 교육과학기술부에 남게 될 전망이다. 문화부는 “10년 간 이름을 잃어 소외됐다”는 체육계의 불만과 관광의 중요성을 감안해 문화체육관광부로 이름이 최종 결정됐다.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해수부 폐지는 해양환경기능과 해양경찰청을 국토해양부 소관으로 하고 지방해양조직은 지방해양항만청 또는 지방해양사무소에 설치키로 합의했다. 이는 이 당선인 측이 국토 및 해양자원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주장을 끝까지 관철했기 때문이다. 인수위의 개편안에는 해양경찰청이 농수산식품부 산하에 있었는데 이 역시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인수위의 개편안에서 국토해양부 산하에 있던 산림청을 농수산식품부 소관으로 두기로 한 것은 “산림을 보호의 대상으로 봐야지 개발의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된 방송통신위원회의 구성이다. 당초 통합민주당은 방통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둘 경우 정부의 방송지배가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위원 5인 가운데 2명을 야당이 추천토록 하는 선에서 절충됐다. 당초 인수위는 대통령이 2명, 여당이 2명, 야당이 1명을 추천토록 해 4 대 1의 구도를 갖추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대통령 소속 19개 자문위원회의 경우 당초 인수위는 법률상 자문위 11개 가운데 행정도시복합도시건설위원회와 노사정위원회만을, 대통령령에 의한 자문위 8개 가운데 한미자유무역협정(FTA)국내대책위원회 하나만을 존치키로 했었다. 그러나 이날 여야 원내대표는 법률상 자문위 가운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존치하고, 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 행정도시건설위원회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정보공개위원회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등을 소관 부처로 이관키로 했다. 대통령령 자문위 가운데는 정책기획위원회가 미래기획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남게 되고, 한미FTA대책위는 기획재정부로 이관된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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