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컸지만 얻은 것도 꽤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이 20일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극한 대치의 정점에 서 있던 이명박 당선인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대차대조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달 여의 치열한 공방 끝에 타협점을 찾고 두 사람 모두 명분과 실리를 챙겼지만 성적표는 상처 투성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이 당선인은 일단 국정 공백 장기화의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25일 취임 이후 정식 장관 없이 총리와 청와대 수석진만 데리고 집권 초기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불안정한 상황이 해소되면서 공무원 사회의 동요를 최소화하고 성장 드라이브를 거는 게 가능해졌다.
명분에서도 이득이 있었다. 국민에게 ‘작은 정부 구현’이라는 자신의 국정철학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컸다. 손 대표의 양보를 끌어낸 불도저식 강단도 평가될 수 있다. 향후 5년 간 계속해서 맞부딪혀야 할 야당과의 첫 기싸움에서 끝까지 밀리지 않았다는 자신감도 가외 소득이다.
손 대표도 전리품이 많다. 우선 이번 협상 정국을 진두지휘하면서 선명야당 지도자 이미지를 굳혔고, 취약했던 당내 기반을 다지는 일석이조 수확이 있었다. 파국 직전의 협상에서 먼저 양보안을 내밀면서 ‘타협할 줄 아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것도 의미가 크다.
종국적으로 국가이익을 위해 당리당략을 포기 하는 손학규식 ‘야당 정치’를 선보였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을 끝까지 지키려 노력하면서 농어민층의 마음을 끌었고, 바다를 담당하는 해수부 존치를 이슈화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내륙 대운하 추진 공약을 견제하는 효과도 누렸다.
그러나 잃은 것도 많다. 이 당선인의 경우 한나라당과의 조율 혼선에 밀어붙이기로 일관하면서 “당선인 주변 정무 보좌 기능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들어야 했다. 또 새 정부 출범에 어려움을 겪는 약자 이미지보다는 협상 중간에 내각 명단을 발표하는 조급성을 드러냄으로써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총선 전략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문제들이 겹치면서 여론이 그다지 호의적으로 흐르지 않은 것도 걸리는 대목이다.
손 대표의 타격도 만만찮다. 막판에 선수를 쳐 대타협을 이끌어냈지만 대선 참패에서 확인된 민의를 무시하고 새 정부의 발목을 잡으려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한나라당이 4ㆍ9 총선에서 “정부조직법 문제처럼 야당의 방해를 돌파하려면 우리가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며 안정론을 펼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것도 부담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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