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철광석 등 원자재값 급등으로 세계 증시가 주춤거리고 있다. 실제로 미국 다우지수는 19일(현지시각)국제유가가 또 다시 100달러를 넘었다는 소식에 0.09% 하락했고, 종합주가지수도 20일 이 여파로 1.90% 떨어졌다.
하지만 개별 기업을 들여다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많은 기업이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걱정에 한숨을 쉬고 있지만 일부 기업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대우증권 박중제 연구원은 “원자재값 상승이 제조업체의 원가부담을 가중시키는 건 사실이지만 꼼꼼히 따져 보면 수혜를 입는 기업도 있다”며 “투자시에는 원자재값 변화에 덜 민감하고 가격 결정력이 높은 업종과 기업을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희비의 쌍곡선을 긋는 업종과 기업들을 살펴본다.
■ 철광석
올 4월부터 수입 철광석 가격이 65% 오를 예정이어서 철강, 조선, 자동차 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철광석 가격 상승?철강사의 원가 부담?후판(선박용) 및 강판(자동차용) 가격 상승?선박 및 자동차 원가 상승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성되기 때문. 하지만 철강과 조선 업체는 철광석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어 그나마 느긋한 반면, 자동차 업체는 고스란히 원가부담으로 떠 안을 수 밖에 없어 울상을 짓고 있다.
대우증권이 철광석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각 업종의 마진율을 분석한 결과를 보더라도 철강업체는 마진율 감소폭이 크지 않았고, 조선업종은 선가 상승이 원가부담을 상쇄하면서 오히려 마진율이 높아졌다. 반면 자동차 업종은 마진율이 크게 떨어졌다. 20일 현대차 주가도 신흥증권 인수 부담에다 마진율 축소에 대한 우려까지 겹쳐 2.47% 떨어졌다.
■ 원유와 곡물
국제 유가가 또 다시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석유화학. 유가 상승이 그대로 원가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SK에너지와 같은 정유 업체는 가격 결정력이 강한데다 고도화 정제 설비를 통해 정제마진까지 챙길 수 있어 ‘수혜주’로 분류된다.
또 태양광, 풍력, 원자력, 바이오디젤 등 대체에너지 분야도 유가 상승은 채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혜 예상 기업은 동양제철화학과 소디프신소재(태양광), 두산중공업(원자력) 등이다.
곡물가격 급등으로 ‘애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대표적 기업은 비료, 종자ㆍ종묘 업체다.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 한정된 농지에서 생산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료나 종자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커져서다. 국내 비료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남해화학이 최근 곡물 가격 상승 추세를 타고 급등하고 있는 것만 봐도 곡물가격과 비료 업체 주가 간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다.
반면 바이오연료 업체들은 원재료가 되는 옥수수 등의 가격이 오르면 마진율이 떨어질 수 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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