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선이 무샤라프 대통령에 대한 단죄로 끝나면서 미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2001년 이후 알 카에다와 탈레반 소탕을 위해 파키스탄에 쏟은 돈만 100억 달러가 넘는 등 음으로 양으로 무샤라프를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손익계산을 떠나서라도, 미국은 대 테러전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무샤라프를 대신할 새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 로버트 해서웨이 박사는 19일 “미국의 실수 가운데 하나는 ‘무샤라프’라는 바구니에 너무 많은 계란을 담은 것”이라며 “무샤라프는 한물간 인물이기 때문에 새 내각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무샤라프와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권력분점을 지지한 적이 있기 때문에 파키스탄인민당(PPP)과의 관계가 나쁘지는 않다. 문제는 제2 야당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_N)를 이끌고 있는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와의 관계다. 미국은 샤리프 전 총리가 이슬람 급진세력에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며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샤리프 전 총리 역시 망명 당시 미 정부가 자신의 복권을 적극 지지하지 않은 사실에 불만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대 테러전을 위한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면 샤리프 전 총리와의 관계 회복이 급선무다.
뉴스위크도 서미트 갱굴리 인디애나대 교수의 기고를 인용해 “미국은 무샤라프와의 관계 단절로 파키스탄 민주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아시파크 키야니 파키스탄 군 참모총장을 미국의 새 파트너로 꼽았다. 키야니 총장은 군은 안보에 전념하고 정치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무샤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둬 왔다. 이런 점에서 키야니 총장이 파키스탄의 정정 불안을 막고 미국과 새 내각 관계 구축에 필요한 환경을 만들 적임자라는 분석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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