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대결이 눈 녹듯이 풀리면서 정국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결단으로 양쪽의 협상이 곧바로 타결됨에 따라 늦어도 3월 초면 새 정부가 정상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게 됐다.
뒤늦게나마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 한 손 대표의 선택을 높이 평가한다. 아울러 양쪽의 잠정합의 내용을 확인, 손 대표가 안심하고 마음을 열 수 있게 한 한나라당 지도부의 지혜도 은근히 빛난다.
협상이 순항, 교착, 결렬을 거쳐 극적 타결에 이르는 과정에서 손 대표와 민주당은 적잖은 소득을 올렸다. 우선 손 대표는 통합 이후에도 마땅한 구심점이 없어 '지도력 공백'을 빚었던 민주당 안에 새로운 구심력이 형성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대선 이후 미처 의문을 제기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급속했던 한나라당 독주 흐름에 제동이 걸렸고, 대치 상태가 길어질 경우 국민의 눈에 '탄핵 사태' 못잖은 '발목잡기' 행태로 비치면서 불어닥칠 수 있었던 역풍까지 피했다. 4ㆍ9 총선을 앞두고 팽배한 당내의 패배의식도 많이 지웠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한나라당도 잃기만 한 것은 아니다. 국민 앞에 자랑스럽게 내걸었던 '작은 정부'의 기본취지가 많이 퇴색한 것은 사실이다. 통일부는 처음부터 협상카드였다고 치더라도, 실용주의 관점에서 존속 의미가 가장 희미했던 여성가족부를 그대로 두기로 함으로써 애초의 주장이 흐려졌다.
그러나 이번 일을 통해 이 당선인이나 그 주변의 '서울시 사단'이 가장 부족하다고 지적 당한 정치현장의 감각에 눈뜰 수 있다면 반드시 비싼 수업료를 치른 것만은 아니다.
애초에 효율성만으로 세상을 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타협의 기술이 특히 중시되는 정치에서 효율성 잣대는 수많은 평가기준의 하나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았다면 적어도 앞으로의 불필요한 '형식 갈등'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적은 수업료만 낸 셈이다.
모처럼 국민의 우려를 덜어준 정치권의 공감대가 총리와 각료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어지길 기대한다. 정말 불행 중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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