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연가’ ‘난 아직 모르잖아요’ 등을 작곡한 이영훈씨가 최근 48세의 아까운 나이에 숨졌다. 고인은 2006년 초 대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해왔다. 대장암은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발생률이 높아 ‘선진국 암’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에서는 암 중에서 두번째로 흔한 암으로 전체 암 발병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장암 발생률이 빠르게 증가해 2005년 전체 신규 암 환자 12만 3,741명 가운데 12.3%(1만5,233명)나 됐다. 위암에 이어 한국인에게 두번째로 많은 암이다.
■ 40세 이후 5년마다 내시경 검사를
대장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자가 진단도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일찍 찾아내기만 하면 대처하기 가장 쉬운 암이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원호 교수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40세부터 5년마다 받으면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위암이나 폐암처럼 자주 검사를 받을 필요도 없다. 10여년에 걸쳐 대장의 점막세포가 용종(폴립)을 거쳐 암으로 자라기 때문이다.
대장암 발견에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검사법이 대장내시경 검사다. 항문으로 내시경을 집어넣고 대장 내부를 살핀다. 검사 도중 용종 등 이상이 발견되면 바로 조직검사나 절제술을 실시할 수 있다. 다만 굵은 내시경을 집어넣는 과정에서 통증이 있고, 드물게 대장 천공이 생기며, 관장을 위해 검사 전날 다량의 설사유도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통증은 수면내시경을 받으면 되고, 500~1,0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대장 천공도 최근에는 대폭 줄었다.
삼성서울병원 삼성암센터 전호경 대장암센터장은 “대장암ㆍ용종 병력이 있는 환자 가족, 선천성 비용종성 대장직장암 환자,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1~3년에 한번씩 검사를 받아야 대장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 CT조영술로도 검진
최근에는 컴퓨터단층촬영(CT) 대장조영술도 대장암 진단에 쓰이고 있다. CT로 대장 부위를 2㎜ 간격으로 찍은 뒤 컴퓨터를 이용해 이를 3차원 영상으로 바꾸는 검사법이다.
내시경을 대장에 직접 넣지 않고 대장 속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이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김세형ㆍ최병인 교수팀은 CT 대장조영술이 대장내시경 검사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진단이 정확하고 내시경보다 환자 불편이 많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래디올로지(Radiology)’에 발표했다.
김세형 교수는 “대장내시경 검사는 환자들이 검사 자체를 피하거나 두려워하는데다 드물게 상처가 생기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며 “앞으로 비용 대비 효과 연구를 거치면 3차원 CT 대장조영술이 대장암의 좋은 조기검진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5㎜ 이하의 작은 용종에 대한 진단의 정확도는 대장내시경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융기형(돌출형) 암의 진단만 가능할 뿐 편평형이나 함몰형 암은 찾아내지 못하는 것도 단점이다. 대변 덩어리를 용종으로 오인할 소지도 있다. 게다가 용종 등이 발견돼도 조직검사나 용종절제술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장내시경 검사가 부담스럽거나 두려우면 CT 대장조영술을 선택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전에 대장에 용종이 있던 사람은 검사와 동시에 이를 제거할 수 있는 대장내시경을 택하는 것이 좋다.
■ 대변 잠혈검사 등 약식 검사법도
이밖에 대변 잠혈검사를 비롯해 S결장경 검사, 이중 대장조영검사 등이 약식으로 대장암 검사를 위해 쓰이고 있다.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명규 교수는 “대변 잠혈검사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대변에 섞여 있는 소량의 혈액성분을 찾아내는 검사법”이라며 “검사의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간편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S결장경 검사는 전체 대장(1~2㎝) 중 항문으로부터 40㎝까지만 들어가는 검사법이다. 대장암의 70%가 이 부위에서 발생한다. 검사 도중 용종 등을 찾아내면 제거나 조직검사를 할 수 있다.
이중 대장조영검사는 S결장경 검사와는 달리 대장의 모든 부위를 검사할 수 있지만 이상이 발견돼도 치료는 할 수 없다. 검사 정확도는 대장내시경이나 CT대장조영술보다 떨어진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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