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조의 정연주 사장에 대한 사퇴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1주일 전 편지형식으로 퇴진을 촉구한 데 이어, 어제는 80%가 '정 사장에겐 KBS의 미래를 헤쳐나갈 능력이 없다'고 한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사퇴 결의문까지 채택했다.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는 공영방송의 독립성 훼손과 경영의 무능함, 두 가지다. 그 중에서도 "더 이상 무능한 경영진에게 KBS의 미래를 내맡기는 어리석음을 않겠다"고 경영 책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5년간의 KBS를 돌아보면 이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대통령 탄핵방송을 비롯해 독립성을 의심케 하는 편파방송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다짐했던, 과감한 혁신을 통한 경영 합리화에도 실패했다.
인원감축 없는 팀제는 노동과 업무의 효율성만 떨어뜨렸고, 사방에서 예산이 줄줄 새는 방만한 경영은 KBS를 적자에 허덕이게 만들었다. 2004년 638억원이던 적자가 2007년에는 737억원으로 늘어났다. 그 원인이 전체 매출액의 37%나 차지하는 과도한 인건비 때문이니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KBS는 인건비 감축과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개선 노력을 하기는커녕 지난해 예비비 112억원을 5,000여 명의 식구가 성과급으로 나눠 가졌다. 게다가 올해에는 439억원의 적자예산까지 편성하고 '수신료 인상'으로 틈을 메우려 했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공영방송은 없다.
일본 NHK는 예산 대폭 감축과 함께 인력까지 10% 줄이고 있으며, 2년 전 3,780명을 줄인 영국 BBC 는 최근 2,500명을 더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프랑스에서는 노조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르코지 대통령이 공영방송의 광고 폐지와 채널 통폐합을 추진할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KBS도 변해야 한다.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려면 구성원 모두 반성해야 한다. 사장만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다. 지금의 KBS를 있게 만든 게 어디 정 사장 혼자인가. 노조 역시 시류를 타듯 '네 탓'만 하지 말고 뼈를 깎는 자기 희생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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