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 상동에 있는 예인교회는 교회 건물이 따로 없다. 일요일에는 상동의 복사골문화센터 5층을 임대해 예배를 보고, 평소에는 부천가나베스트타운 상가를 임대해 사무실과 기도실로 사용하고 있다. 이 교회 정성규(43) 목사는 2년 전부터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왜 내려고 하느냐”는 세무서 직원을 설득해 세금을 내는데 6개월이나 걸렸다. 올해부터는 정 목사가 매달마다 받는 사례비에서 교회가 원천징수해 세무서에 납부하고 있다.
개신교 주류교회들과는 달리 민주적이고 투명한 교회 운영을 지향하는 교회들이 최근 수년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교회는 4년 전부터 ‘개혁교회 네트워크’를 구성해 건강한 교회를 지향하는 교회연합운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 서울의 디딤돌교회, 새시대교회, 성터교회, 언덕교회, 열린마을교회, 두레교회, 경남 진주의 주님의교회, 예인교회 등 8곳이 동참하고 있다. 19일 정 목사를 만나 개혁교회들의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주류교회는 목회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절대적 권한을 갖습니다. 목회자는 하나님의 대리인처럼 여겨지고 신자들은 목회자의 수족이 됩니다. 목사가 교회 운영에 전횡을 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개혁교회들은 목회자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모든 신자들이 동등하게 교회운영에 참가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개혁교회들은 정관이나 규약 등의 원칙에 따라 교회를 운영하고, 재정을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사용하며, 목회활동과 교회행정을 분리해 목사는 신앙 활동에 주력하고 교회운영은 신자들이 책임을 지는 점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예인교회의 경우 교회 운영은 신자들이 선출한 7명의 운영위원과 목사가 참가하는 운영위원회가 교회 운영을 맡고 있다. 정 목사는 발언권은 있지만 의사결정권은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좋아하지만 민주적이지 않습니다. 때문에 초기에는 시행착오와 갈등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당히 원활하게 교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성경을 보면 목회는 주도면밀한 리더십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교회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목사가 방임에 가까운 태도를 갖지 않으면 성경에서 가르치는 교회를 만들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이 교회들은 교회가 건물 짓는 데만 올인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오래된 성터교회만 빼놓고는 자체 건물을 갖는 대신 임대해서 예배를 보고 있다. 디딤돌교회는 사회복지활동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새시대교회는 신학교수 출신의 목사가 성경에 맞는 교회를 지향하며 세운 교회다. 성터교회는 일반 신자가 처음으로 당회장을 맡았으며, 언덕교회와 주님의교회는 교회개혁활동에 열심이다. 열린마을교회는 기독청년아카데미출신 청년신자들이 중심이 돼 만들었다고 한다.
4년 전부터는 교회개혁에 대한 학술세미나 개최, 각종 행사 후원, 분규 교회 돕기 등의 활동을 연대해오고 있다. 24일 오후 3시30분 복사골문화센터 5층에서는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등을 초청해 제3회 ‘이런 교회 다니고 싶다’ 세미나를 개최한다. 특히 교회와 목회자로부터 상처를 입은 ‘익명화된 기독교인’들을 위해 개혁교회들을 소개하는 부스를 만들어 토론과 상담 등을 한다.
정 목사는 6년 전 예인교회를 세울 당시에는 개혁교회 활동이 볼온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는 젊은 목회자들이 꽤 많아졌다면서 “앞으로 좀더 많은 교회들이 민주적이고 투명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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