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지고 싶어서 한국에 왔어요. 디아나 언니처럼 프로가 될 수 있다면 ‘베리 굿’이죠.” 연초 헝가리 출신 여자 기사 코세기 디아나가 한국기원의 배려로 특별 입단한 데 이어 헝가리 처녀 한 명이 지난달 또 한국으로 바둑을 배우러 왔다.
알렉산드라 어반(20). 헝가리 카로리대 2학년으로 기력이 아마3단인 이 아가 씨는 지난 11년간 명지대서 바둑 강의를 해온 이기봉 겸임 교수(아마7단)가 금년 1월에 개설한 외국인 바둑 도장인 국제바둑연구실(International Baduk Academy)의 제1호 수강생이다.
어반이 한국에 온 것은 역시 디아나의 영향이 컸다. 5년 전부터 바둑을 배웠는데 공교롭게도 스승이 디아나의 아버지여서 그 인연으로 디아나를 통해 이 교수와 연락이 닿아 한국에 오게 됐다.
“몇 년 전부터 유럽 각국에서 열리는 바둑 대회를 참관하면서 해외 보급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사실 외국에 나가 보면 바둑 강국인 한국에 와서 바둑을 좀 더 깊이 배우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여건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명지대 바둑학과에 외국 유학생들이 꽤 있지만, 4년간의 정규 대학 코스라는 점은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일반 과목 공부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바둑만 집중적으로 연마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이지요. 아니면 일반 바둑 도장에서 한국 아이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데 언어 문제 등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외국인을 위한 국제 바둑 연구실을 개설한 것은 그래서였다. “단 몇 일 코스에서부터 몇 개월 아니면 1년 이상 장기 코스까지 원하는 대로 맞춤식으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보다 편한 환경에서 바둑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지하철 5호선 명일역 부근에 위치한 국제바둑연구실(473-0361)은 문을 연 지 두 달도 채 안 됐기 때문에 현재 외국인 수강생은 어반이 유일하다. 그러나 홈페이지(koreabaduk.blogspot.com)와 e메일 등을 통해 수강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고, 이교수가 유럽 각국 바둑 협회와 쌓아 놓은 인맥을 통해서도 수강생이 모집되고 있다. 특히 여름 방학 때 2~3개월 정도 수강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다. 또한 한국이나 일본에서 세계 대회가 열리는 시기를 전후해 각국 선수들의 트레이닝 장소로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강료는 월 20만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하다. 사실 본격적으로 외국인 수강생을 받아 들이자면 숙박 시설까지 갖추어야 하지만, 아직 초창기라 그럴 형편이 못 돼 숙식은 각자 해결해야 한다.
“시작부터 크게 목표를 세우고 있지 않습니다. 단 몇 명이 되더라도 한국에서 바둑을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에게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교수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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