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새 정부의 초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내정됨에 따라 그가 서울대 공대 학장 시절 보여줬던 이른바 '김도연식 개혁'이 재연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어 강의 확대와 교수 평가 등 일련의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김 내정자가 교육부에서도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지만, 30년 공대 교수 경력만으론 난마처럼 얽히고 설킨 교육현안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김 내정자는 2005년 9월부터 2년 동안 서울대 공대 학장 자리에 있었다. 당시 그를 특징짓는 아이콘은 '공학교육 개혁 선구자'였다. 공대가 안고 있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장본인이기도 했다. 그가 내건 기치는 경쟁력 강화였다. 교수평가제를 도입한 것도 교수 사회의 경쟁기피 풍토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학생들도 개혁에서 비켜설 수 없었다. 수학이나 물리 성적이 현저히 떨어지는 신입생에게 학부 2~4학년을 붙여 개인 교습을 받도록 할 정도였다.
영어강의 비율을 대폭 늘리거나, 공대 자체 기금을 활용해 3, 4학년 학부생을 중국 칭화(淸華)대와 일본 도쿄(東京)대 등에 보냈다. 국제화 교육에도 발빠르게 대처한 것이다.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는 "이공계 출신들이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대에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질 것이라는 게 김 내정자의 지론"이라고 전했다.
교육계에서는 그가 교육부 장관으로 부임하면 경쟁을 중시하고, 특히 영어교육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김 내정자는 학장 시절 공ㆍ사석을 통해 "개방과 경쟁 없이 대학(교육)의 미래도 없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교육코드와도 맞는 부분이다.
실험으로 막을 내렸지만, 서울대 공대 교수가 아니더라도 학장이 될 수 있는 '학장 외부 간선제' 도입을 추진했고, 임기도 2년에서 4년으로 늘렸다. 개방과 경쟁을 통해 능력 있는 인재를 파격적으로 대우하고, '연구비 나눠 먹기'가 판치는 비뚤어진 연구 풍토를 개선해야 이공계가 바로 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김 내정자가 국가의 교육과 과학정책을 총괄하는 수장 자리를 공대 학장 때 처럼 무난하게 이끌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도 많다. 서울 지역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의 일과 정부의 일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단과대 학장 경력이 전부인 김 내정자는 처음부터 벽에 부딪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평소 고교평준화를 비판해온 그로서는 교원단체와의 일전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나치게 수월성 교육이나 교육경쟁력 강화에만 매달릴 경우 지역ㆍ학교간 학력차 심화, 소외계층 반발 등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이선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은 "김 내정자가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동조해 학교 서열화나 입시 과열을 부추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차관을 지낸 이기우 재능대 학장은 "교육부 장관은 전문성 못지 않게 조정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며 "주요 현안을 놓고 정부 간 조율 능력을 발휘하고, 교육관련 단체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김도연 교육부장관 내정자 주요 발언
-"학생들 간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 도입된 쉬운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여기에 더해 시행된 수능등급제 덕에 공부는 쉬운 문제만을 연습하고 반복하는 지겨운 일이 되고 말았다."(2007년 12월)
-"경쟁력 없는 대학풍토, 능력과 무관하게 똑같이 대우 받는 평등주의 팽배 등이 이공계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2007년 8월)
-"교육의 성과는 학생 서로가 자극과 경쟁에 의해 극대화되기에 우수 학생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만들어 교육해야 한다."(2006년 6월)
-"이공계만이라도 입시를 자율화 해야 한다. 평준화도 좋은 제도지만, 이공계는 이를 극복하면서 자율적으로 운용될 여지가 있어야 한다."(2006년 1월)
-"허울 뿐인 대학의 자율권을 대학에 돌려줘야 한다. 논술시험조차 자율적으로 치르지 못해서야 헌법 상 자율성을 대학들이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2005년 11월)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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