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선 결과 여당의 참패가 확실시되면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동안 무샤라프 대통령을 지원하며 알 카에다, 탈레반 등과 ‘대 테러전’을 수행 중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외교 전략도 수정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파키스탄 현재 지오(Geo) TV가 19일 오전 6시까지 전체 272개 선거구 가운데 111곳의 결과가 집계되었다.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_N)가 38석,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이끌던 파키스탄인민당(PPP)은 33석을 획득한 반면, 여당인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_Q)는 13석 확보에 그쳤다.
뉴욕타임스(NYT)도 19일 파키스탄 민영 아지(Aaj)TV의 비공식 집계를 인용, PPP가 110석, PML_N이 100석을 획득했고 PML_Q는 20~30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타리크 아짐 PML_Q 대변인은 19일 공식 집계가 나오기 전에 “야당이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패배를 인정했다. 파키스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늦게나 20일 오전 중에 공식 집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총선 결과가 뒤바뀌지 않을 경우, 두 야당은 연립 내각을 구성해 탄핵 과정을 거쳐 무샤라프 대통령을 축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999년 무혈 쿠데타를 통해 집권, 군부를 동원해 9년간 철권 통치를 해 온 무샤라프 대통령의 반응이 주목된다.
바바르 아완 PPP 중앙집행위원은 앞서 15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샤라프 축출은 파키스탄을 민주주의 궤도에 올려 놓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도 99년 무샤라프에 의해 축출됐던 구원으로 탄핵은 기정 사실이나 다름없다. 무샤라프가 축출될 경우,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낸 터키로 갈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18일 “총선은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하게 실시됐다”며 “선거 결과를 수용할 것이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무샤라프 대통령이 정치적 생존을 위해 PPP와 손을 잡기 위해 물밑작업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지난해 국내 비판을 잠재우고 임기 연장을 위해 망명생활 중이던 부토 전 총리와의 권력분점을 논의한 적이 있다.
이번 결과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대 테러전을 수행하며 무샤라프 정부를 지원해 온 미국 정부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샤라프의 축출로 정치 혼란이 발생, 자칫 파키스탄 내 핵무기 통제권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부시 행정부는 대 테러전을 위해 무샤라프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의회 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무샤라프 정권을 지원해 왔다. 파키스탄 내에서도 미국이 무샤라프의 독재를 묵인, 반미감정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때문에 미국이 대 테러전의 파트너로 군부 내 새로운 인물을 찾고 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NYT는 이번 총선 결과로 부시 행정부의 대 파키스탄 정책을 비판해 온 조셉 비든(민주당) 상원의원이 입지가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든 위원은 파키스탄에 대 테러전 보다 파키스탄 내 경제적 지원을 강조해 왔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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