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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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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아니면 말고

입력
2008.02.2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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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에 꽤 많은 여인에게 덥석 "사귀자"고 덤볐다. 거의 모든 여인이 냉정했기 때문에 성공률 0퍼센트였다. 나는 거부 당하면 곧장 "아니면 말고"라면서 다른 여인을 찾아 떠났다.

나는 그때그때가 진실이었으나 남들 눈에는 카사노바 흉내나 내는 놈으로 보였을 게다. 덕분에 나의 과거를 아는 이들은, 지금까지도 나를 진실성 없이 아무렇게나 껄떡대는 녀석으로 안다.

때문에 요즘도 기분 나쁜 소리를 곧잘 듣는데, 반성해 보았자 엎어진 과거다. …인수위 분들께서 짧은 기간 동안에 얼마나 많은 정책을 발표했던가. 그런데 그 중에는, 언론의 질타를 받자, 네티즌의 비판을 사자, 며칠 뒤에, 심지어는 바로 몇 시간 뒤에 말을 바꾸거나, 취소하는 건이 여럿이었다. '아니면 말고'의 전형이었다.

수장부터가 과거에 한 말을 그냥 해본 말이라거나 기억이 안 난다거나 이현령비현령하거나 잡아떼는 것을 특기로 하는 분이어서 예상되었던 일이지만, 이건 좀 심하다.

인수위 분들의 말 한 마디를 풍선처럼 부풀려서 터트리기를 일삼는 언론의 하이에나 작태도 걱정되지만, 말의 진실성을 인정받지 못한 정권의 앞날이 참으로 걱정된다. 떠날 정권도 말 때문에 고생깨나 했는데, 올 정권도 일찌감치 말의 수렁에 빠져있는 것 같다.

소설가 김종광

<저작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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