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치 스프링캠프 청백전 연이어 홈런포… 의식적으로 장타 노려'1999년 어게인'
‘어게인 1999.’
주니치 이병규(34)의 홈런포가 심상치 않다. 이병규는 오키나와 자탄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스프링캠프에서 연일 대형 타구를 쏟아내며 오치아이 히로미쓰 감독과 동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실전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배팅훈련에서만 팀내 최다인 7개를 담장 너머로 날려보냈다. 지난 13일 청백전에서 비거리 125m 짜리 홈런으로 포문을 연 이병규는 매 경기 홈런을 치더니 17일에는 팀내 에이스인 가와카미 겐신을 상대로 중월홈런을 쏘아올렸다.
이병규는 지난해 홈런 9개에 그쳤고, LG 시절 10년 통산 홈런도 123개일 만큼 통산 기록만 보면 홈런 타자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몬스터시즌’을 보냈던 99년으로 돌아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병규는 그해 타율 3할4푼9리(2위)에 99타점을 올렸고, 홈런도 무려 30개를 때리며 잠실구장 최초의 ‘30홈런-30도루’ 클럽을 개설한 주인공이다.
밀어쳐서 때린 홈런도 많았고, 잠실구장에서 가장 먼 가운데 펜스를 훌쩍 넘기기도 했다. LG 시절 통산 4차례 최다안타왕에 오른 만큼 이병규는 홈런보다 안타 생산 위주의 타법을 구사했다. 안타왕의 이미지가 각인되다보니 홈런에 대한 미련을 스스로 버린 것.
그러나 이병규는 올시즌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의식적으로 장타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주니치로 이적 이후 특유의 맞히는 타격보다는 중심타자로서 자기 스윙을 가져가라는 코칭스태프의 지시와 권유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변신을 시도한 지난해 후반부터 장타 본능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9월 홈런 3개를 치며 장타력을 뽐낸 이병규는 한신, 요미우리, 니혼햄과의 포스트시즌에서도 결정적인 한방을 쏘아올리며 주니치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병규는 이번 캠프에서 99년의 타격폼과 밸런스를 되새기며 방망이를 길게 잡고 있다. 시미즈와 오가사와라 다카하시, 스즈키 요시히로, 야마이, 스즈키 등 팀내 주전투수들을 잇따라 두들겨 홈런을 뺏어내며 그간 ‘못 치는 게 아니라 안 쳤던 것’임을 입증하고 있다.
오치아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팀 동료들은 올시즌 이병규가 홈런 30개 이상을 때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병규는 “전지훈련 합류 전부터 충분한 운동을 했다. 올해는 정말 잘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성환희 기자 hhsu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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