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질서정연하게 복도를 지나고,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쫑긋 세운다. 다른 교실에서는 학생 스스로 만든 프로젝트 수업이 열심이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하버드 초등학교의 풍경이다. 평범해 보이지만 불과 1년 전만해도 이런 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다. 아무때나 복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 구멍이 숭숭 뚫린 복도 마루, 벗겨진 벽 페인트. 운동장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이 벌어졌다. 수업시간은 물론 난장판이었다. 그래서 얻은 이 학교의 별명은 ‘베이루트’. 무질서의 극치라는 의미였다.
이랬던 학교가 지난해 앤더 카울링 교장이 오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환골탈태했다. 당시 카울링 교장 조차 1년 뒤의 학교 모습이 이렇게 달라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가 부임하면서 갖고 온 컨셉트는 ‘반전(turnaround)’. 개혁의 수준이 아니라 모든 것을,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깡그리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교사 전원으로부터 사표를 받았다.
이중 다시 재임용된 교사는 불과 3명. 나머지 17명은 외부 비영리단체 교육기관에서 충당했다. 과거의 고정관념이 박혀있는 교사들로는 진전은 있을 지 모르나 반전은 절대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13만달러의 연봉을 받던 대기업에서 4만달러 짜리 교장으로 인생의 행로를 바꾼 이유를 생각하면 더더욱 적당히 할 수 없었다.
교사, 학부모 등의 반발은 엄청났다.
“목욕물을 버리면서 목욕하는 아이를 함께 버리는 격” “애들 교육은 과학용 실험이 아니다” “어떤 조직도 이렇게 흔들어서는 살아 남지 못한다” “교사들에 대한 학살이다”… 그러나 카울링 교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는 신념 하나만으로 자신의 구상을 밀어붙였다.
남녀 합반이었던 7, 8학년을 성별로 나눴고, 교사들이 더 오랫동안 학교에 남아 학생들과 씨름하게 만들었다. 수업이 없어도 미리 다음 시간, 다음 학기의 수업 방향을 연구토록 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달라지게 시작했다. 1년 동안 한 학생이 평균 35일을 결석하고, 자퇴율이 10%를 넘고, 주별 테스트 통과비율이 10% 안팎에 불과했던, 지역구에서 최악이었던 과거의 모습은 사라졌다.
‘반전’을 모토로 한 학교 개혁은 시카고 시당국의 아이디어였다.
계속 떨어지는 학생들의 학습능력과 산만한 교육환경을 보다 못해 하버드 등 4개 초등학교와 4개 고교에 이 같은 실험적 교육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교육현장에 끌어 들인지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아직은 성공여부를 평가하기 힘들다.
그러나 뿌리깊은 교육관료주의, 타성에 젖은 교사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무사안일을 일거에 뿌리뽑은 것 자체가 우선은 큰 성과라고 시는 자평하고 있다. ‘어지간한 개혁으로는 안된다’는 교육에 대한 위기의식이 낳은 시카고 학교들의 단면이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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