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전격적 조각 발표에 따른 정치권의 대치가 쉽사리 풀릴 전망이 아니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정부조직 개편 협상의 결렬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현재의 ‘비정상’에서 정치적 이익을 끌어내려는 공세에 열중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통일부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어 여성부 농촌진흥청에 대한 양보 의사를 내비쳐 협상이 거의 매듭된 단계에서 민주당 손학규 공동대표가 해양수산부 문제로 발목을 잡고 나섰다고 주장했다. 특히 손 대표가 이 문제를 당내 입지 강화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다고 비난하면서 “새 정부의 출범을 가로막고 새 대통령이 일할 수 없게 하는 것은 탄핵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돌연한 조각 발표로 협상이 깨졌다며 국회의 권한과 야당의 기능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이 당선인을 직접 겨냥했다. 이 당선인의 불법과 탈법, 국회와 야당과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과 독선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당선인의 말 한마디에 좌우되는 한나라당이 국회를 장악하면 어떻게 될지 끔찍하다”고 강조했다.
양쪽 모두 정부조직 개편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위한 협상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대화 의지보다는 상대 비난 자세가 두드러졌다. 25일의 대통령 취임식과 4ㆍ9 총선 등의 정치일정으로 보아 현재의 정치적 대치 상태로 잃을 게 없다고 자신하는 듯한 분위기다.
이런 상황이라면 애써 협상하려는 듯한 자세를 꾸미지 말고, 차라리 ‘냉각기’를 갖는 게 낫다. 끓어오른 앙분을 가라앉히는 말 그대로의 ‘냉각기’다. 아울러 상대방의 잘못만 따질 게 아니라 스스로의 자세와 기술에 부족함이 없었는지 되돌아보는 기간이어야 한다.
화자만 맞바꾼다면 양쪽의 주장은 구구절절 옳다. 한나라당은 대선 승리로 확인한 국민의 지지를 구체적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공감이라고 확대 해석하고, 협상절차 자체를 번거롭게 여기지 않았는지 따져봐야 한다.
민주당도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 지지가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소용돌이를 그리는 현상을 어떻게든 타파하려는 생각이 앞섰던 게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자성 없이 백날 ‘쇼’를 해봐야 헛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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