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용(三龍)’의 화려한 외출이 시작된다.
이을용(33) 이청용(20) 기성용(19)으로 이어지는 FC서울의 중원 3인방은 지난해 초반 팀의 5연승을 이끌며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이후 부상과 대표팀 차출로 ‘세 마리 용’의 조합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고 팀성적 또한 저조했다. 그래서인지 ‘삼용’의 올시즌 각오는 남달랐다. 올해만큼은 꾸준히 ‘삼용의 힘’을 발휘해 우승에 밑거름이 되겠다는 의지다.
FC서울의 전지훈련지인 터키 안탈리아에서 중원 3인방을 만났다. 마치 삼촌과 조카로 보이는 색다른 조합이었다. 이청용과 기성용의 삼촌 뻘인 이을용은 “언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어린 두 선수에 나를 포함해 ‘삼용’이라 부르는 것 같다.
의식하고 있진 않지만 3명의 조합이 잘 맞으면 ‘삼용’도 좋은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훈기간 이을용과 같은 방을 쓰게 된 기성용은 “‘삼용’이라는 말이 지난 시즌 초반에만 반짝하다 들어갔다. ‘삼용’이 팀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쳐 ‘삼용’이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FC서울의 K리그 정상 정복을 위해 이들의 활약은 필수적이다. 주장 완장을 찬 이을용은 지난 시즌 도중 탈장 수술을 받아 장기인 날카로운 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그대로 팀의 득점 빈곤으로 이어졌다.
이청용과 기성용도 젊은 패기를 앞세워 시즌 초반 팀의 돌풍을 이끌었지만 이후 올림픽대표팀 차출과 부상, 경험 미숙 등으로 팀의 ‘해결사’가 되기는 어려웠다. 올시즌을 앞두고 큰 부상 없이 전지훈련을 잘 소화하고 있는 ‘삼용’은 FC서울 전술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서로에 대한 믿음도 굳건하다. 이을용은 이청용의 장점을 성실함과 스피드로 꼽았다. 언제나 충실히 훈련에 임하는 자세, 그리고 스피드를 앞세워 수비수를 따돌리는 능력은 발군이라는 평가.
하지만 드리블이 다소 긴 편은 단점으로 지적했다. 이을용이 보는 기성용은 나이에 비해 볼을 잘 다루기 때문에 경험만 더 쌓는다면 능숙한 경기운영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후배였다.
이청용과 기성용은 이을용을 ‘듬직함’으로 표현했다. 이청용은 “형이 뒤에서 팀을 받치고 있기 때문에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며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실수를 했을 때 큰 소리로 다그쳐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입을 모았다.
비상을 꿈꾸는 ‘삼용’이 지난 시즌 주전들의 줄부상과 대표 차출로 날개가 꺾였던 서울의 우승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탈리아(터키)=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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