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난항을 겪은 탓에 오후 8시에 새 정부의 조각 명단이 발표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국무위원 후보자들을 직접 소개하기 위해 18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찾은 이명박 당선인의 얼굴에도 고심의 흔적이 역력했다.
이 당선인은 기자회견의 상당부분을 늦은 시간에 명단 발표를 강행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으며, 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악수하면서도 “이렇게 발표하게 된 걸 이해해달라”고 수 차례 당부했다.
이 당선인은 모두발언에서 “더 이상 국무위원 인선을 미룰 경우 엄청난 혼란과 국정 공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정부조직법이 국회에서 원만히 처리되기를 기대하고 많은 노력을 했는데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시점까지 오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 술은 새 부대에 넣어 시작하는 게 원칙이지만, 정부 출범에 맞춰 국무회의를 여는 것 자체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현행법에 따라 국무위원 발표를 하게 됐다”며 이해를 구했다.
이 당선인은 이어 국무위원 후보자들을 한명씩 연단으로 불러 직접 소개하며 “세계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이런 경험 있는 내각이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국무위원 후보자들은 삼삼오오 관광버스에 나눠 타고 워크숍이 열리는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으로 향했다. 오후 10시 시작한 워크숍은 청와대 수석 및 장관 후보자, 인수위 간사단 참석한 가운데 노타이 차림의 편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마이크를 잡은 이 당선인은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이 정도 어려움은 예측됐고 우리는 이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이는 현실 불평과 불만, 원망을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고 국민의 기대 부합하려면 한 시간도 지체할 수 없다”면서 “부처 업무가 연결돼 있고 기능면에서 통합됐지만 국무위원간에 철저한 협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당선인은 이어 “중요 국가적 사안은 자기 부처 소관이 아니더라도 남의 일 보듯 옆에서 있지 말고 지식과 경륜을 가지고 철저히 토론해야 한다”고 팀플레이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특히 “공직자가 보고만 듣고 해서는 살아있는 정책이 나올 수 없다”면서 “현장 확인을 많이 해 국민의 소리가 반영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장관 내정자와 청와대 수석 내정자, 인수위원 등은 이 당선인의 인사말이 끝난 뒤 새벽까지 분과별로 분임토론을 가졌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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