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석항리, 환경맞는 품종 재배로 고소득
99가구 202명이 오손도손 모여사는 경북 문경시 동로면 석항리 마을. 조용하던 이 산골 마을이 요즘 ‘억(億) 소리’로 요란하다. 얼마 전부터 표고버섯을 재배하기 시작한 이 마을17가구의 연 평균 소득이 1억원대를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17가구는 자재비와 노임 등 생산비를 제외하고 연 8,400만원의 순 소득을 올리고 있다. 2000년 이 마을 99가구의 연 평균 소득이 1,380만원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다.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17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는 독거노인 등 사실상 영농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산골 가운데서도 오지인 이 마을이 부촌으로 도약하기 시작한 것은 정부가 2000년 산촌생태마을로 조성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독거 노인 가정 등을 제외하고 젊은 축에 속하는 가구들을 중심으로 마을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고민 끝에 찾아낸 것이 표고버섯. 이 지역 자연환경에 적합하고 주민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품종이었다. 남들이 성공한 것을 무작정 따라하기 보다는 이 마을에 맞는 최적의 품종을 찾은 것이다.
석항리의 평균 해발고도는 600m 내외. 표고버섯 재배에 이상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 비슷한 시설과 기술로 재배할 경우 평야지보다 품질이 월등한 표고버섯을 재배할 수 있다.
정부는 버섯재배사와 저온저장고 등 생산기반시설비의 일부를 지원했고, 또 마을 안 길 확ㆍ포장과 문화시설 등 생활환경개선을 함께 추진했다.
버섯재배에는 농촌에서 청년이나 다름 없는 50, 60대들이 주축이 돼 처음 2가구 14동으로 시작해 지금은 17가구 150동으로 늘었다. 판매도 기존 유통망을 최대한 활용했다. 인근 마을에 예전부터 버섯 재배ㆍ유통사업을 해 온 ‘부농 영농법인’에 판매를 위탁했다. 판매 분야 경험과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 보조금과 융자를 무작정 끌어 들여 독자적인 유통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자칫 무모한 모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버섯 재배에 대해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한 주민들은 이제 종균배양장 등 생산기반을 더 확충할 예정이다. 또한 수려한 자연경관과 표고, 오미자 등의 지역 특산품을 연계해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산촌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석항리의 성공은 그 지역에 최적화한 소득모델을 잘 설계하고 정부의 효율적인 지원과 주민 의식이 뒷받침 된다면 우리 농촌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문경=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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