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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모 쓴 칠순 노인 "대학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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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모 쓴 칠순 노인 "대학원 갑니다"

입력
2008.02.1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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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가톨릭대 최고령 졸업 최진영씨 끝없는 학구열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 칠순이 넘어 학사모를 쓰고 특수대학원이 아닌 일반대학원에 진학하는 최진영(71ㆍ사진)씨는 누구보다 돋보인다.

대구가톨릭대 일어일문학과 4년인 최씨는 20일 열리는 졸업식에서 이 대학 최고령 졸업자로서 꿈에도 그리던 학사모를 쓴다. 등록금이 없어 고교 2년을 중퇴한 지 50여년 만이고, 뒤늦게 고교 과정부터 다시 한 지 7년 만이다.

“그때만 해도 공부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포기해야만 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죠. 먹고 사느라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환갑 진갑이 다 지났고, 그래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책을 잡았는데 가족과 학교의 도움으로 무사히 졸업하게 됐습니다.”

최씨가 학업을 재개한 것은 2001년 방송통신고에 입학하면서부터다. 전쟁 통에도 어렵게 초ㆍ중학교를 마쳤지만 경북공고 2학년 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중단했던 것이 못내 한이 됐었다. 군 제대 후 평생을 일궈온 통신설비 회사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공부를 시작해 2003년에는 고교 졸업과 함께 영진전문대 관광일어통역과에 입학했다. 2005년에는 전문대과정 졸업과 함께 대가대 일문과에 편입해 자신보다 어린 교수의 지도 아래 손자뻘 학생들과 함께 학구열을 불태웠다.

뒤늦은 공부였지만 젊은 학생들을 따라가기 위해 밤을 새우기 일쑤였고, 코피를 흘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덕분에 성적도 뛰어나 방통고 시절에는 전국 60개 방통고 재학생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전문대 졸업 때는 100점 만점에 95.43점, 대학도 90점을 넘길 정도다.

최씨는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뤄 리포트 작성을 순식간에 끝내 버리는 젊은 학생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공부는 머리가 아닌 끈기로 하는 것’이라는 소신으로 이겨냈다”고 말했다.

최씨의 학구열은 그치지 않는다. 대가대 대학원 일어일문과 석사과정에 합격해 새로운 배움의 길을 걷는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평생 배움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최씨는 “이제는 나눌 때”라고 강조한다. 최씨는 “저처럼 교육을 받지 못한 이웃을 위해 배운 것을 아낌없이 나누겠다는 꿈이 오늘의 영광을 안겨줬다”며 “대학과 주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배움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누리는 만큼, 다니는 성당에 공부방을 마련해 필요한 사람들과 배움의 가치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가대 측은 최씨에게 지난 2년간 총장 특별장학금을 지급한데 이어 석사과정에서도 장학금 혜택을 줄 계획이다.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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