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한미동맹에 초점을 맞춘 인선으로 평가된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와 통일 분야를 맡게 되는 남주홍 국무위원 후보자, 이미 인선이 끝난 김병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내정자 모두 친미 성향이 강하다. 남북 관계를 중시했던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와는 달리 한미동맹 및 한ㆍ미ㆍ일 남방 3각 협력을 외교의 축으로 삼고 있는 새 정부의 대외 정책 목표를 인사로서 여실히 보여 준 것이다.
문제는 김 수석 내정자와 남 국무위원 후보자가 모두 현장 외교를 접하지 않는 학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외교안보라인 내에서 이론과 현장 경험의 조화를 이뤄내는 게 새 정부 대외 정책 안정화 및 소프트 랜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정권 초기에는 외교부와 유 장관 후보자가 주도권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합참의장 출신으로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이상희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안보 사안에 대한 정책 판단에 상당한 입김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지만 문민우위의 원칙에 따라 유 장관 후보자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최근 김 수석 내정자가 외교부 통일부 등 외교안보부처에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 등에 대한 의견을 내도록 지시한 사실이 주목된다. 실무 경험이 없는 김 수석 내정자가 외교안보 이슈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외교안보라인 내에서 유 장관 후보자에 대한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전문관료가 이끄는 외교안보라인은 대외 정책의 안정적 추진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반면, 남북 관계의 비중이 현저히 축소된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 변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특히 통일 분야를 담당하게 되는 남 국무위원 후보자는 남북 관계 전문가라기보다는 안보 전문가적인 성격이 강해 통일 문제에 대한 발언력이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통일부 존속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존치 결론이 나더라도 기능 축소가 불가피해 조직 파워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년 간 포용정책의 성과와 장ㆍ단점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취할 것은 취해야 한다”며 “과거를 모두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당장 이달 말 또는 내달 초로 예상되는 북한의 비료 지원 요청에 대해 외교안보라인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북한의 핵 신고 지연에 따라 6자회담의 교착 상태가 두 달 째 계속되고 있어 새 외교안보라인의 정책적 판단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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