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특별검사팀의 17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방문조사는 극도의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특검팀은 조사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5시께 조사 장소를 서울 북악산 기슭에 있는 한정식집 삼청각으로 정했다. 언론을 피하고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예약자는 조사 시간이 임박해서야 전화로 자신을 ‘국회관계자’라고 밝힌 뒤 ‘조용히’ 회의를 할 수 있는 곳을 요청했고, 삼청각 측은 소규모 연회장으로 쓰이는 식당 내 한옥 별채인 취한당(翠寒堂)을 조사 장소로 제안했다. 당초 특검팀은 이 당선인이 자주 애용하는 소공동 롯데호텔을 조사 장소로 정했으나 이 당선인 조사 계획이 언론에 노출되자 급하게 변경했다.
오후 7시 삼청각에 도착한 경호팀과 특검팀 관계자들은 삼청각의 경비업무를 맡은 방제실로 직행했다.이들은 당선인 조사 내용이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취한당에 설치된 모든 폐쇄회로(CC)TV 작동을 멈추고 주변을 수색했다. 당선인은 특검보 3명과 수사관, 변호인과 함께 외부와 차단된 11평 규모의 방에서 조사를 받았고, 경호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방 밖에서 대기했다. 삼청각 직원들의 이동은 제한됐다.
조사는 특검팀이 노트북 컴퓨터에 저장해 온 신문내용을 물으면 수사관이 이 당선인의 답변을 즉석에서 입력했다. 2시간 동안의 조사가 끝난 뒤 특검팀은 진술조서를 그 자리에서 출력, 이 당선인에게 확인시킨 뒤 서명을 받았다. 조사를 마친 후 특검팀과 이 당선인은 꼬리곰탕으로 식사를 함께 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밥값은 양 측이 따로 계산했다.
특검팀은 식사 시간까지 포함해 이 당선인을 3시간 동안 조사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조사는 2시간 정도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특검팀 관계자는 ‘조사 시간이 너무 짧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당선인의 바쁜 일정을 고려, 바로 답만 받을 수 있게 준비했다”며 “충분히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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