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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경제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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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경제 수업'

입력
2008.02.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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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경제는 위기와 더불어 산다.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경제주체의 합리적 행동이 쌓여야 하는데, 시장의 욕구가 합리적일 수만은 없다. 또 불합리와 수정 필요성을 깨닫더라도 시장이 합리성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왜곡과 불합리는 불가피하다.

더욱이 세계화의 진척에 따라 과거 같으면 일시적, 국지적 현상에 그쳤을 위기가 순식간에 번지면서 커진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도 경계의 눈초리를 늦출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일반인도 관심을 강요 받게 된다.

■10년 전 'IMF 위기'로 많은 국민이 '경제 수업'을 받았다. 그때까지 전혀 모르고도 살 수 있었던 경제,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금융ㆍ통화 '수업'이 주를 이뤘다. 각종 금융파생 상품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10년이 흘러 이제 수업이 끝나나 싶었더니 그게 아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 사태가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고, 최근에는 '모노라인(채권보증사)'과 CLO(대출담보부 증권)의 부실, CDS(신용파산스와프) 시장의 혼란과 급팽창이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채권보증이라는 단일 업무에 매달리는 모노라인의 부실은 이해하기 쉽다. 모노라인의 수익이 전적으로 채권회수율에 달려 있고, 애초에 채권보증이 비우량 대출을 중심으로 이뤄지게 마련이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부실을 그대로 떠안을 운명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CLO의 부실은 2차적이다.

CLO는 주로 기업 인수ㆍ합병(M&A) 과정에서 인수기업이 발행한다. 인수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채권을 다시 담보로 삼는다. 담보력의 원천은 역시 자산이어서 지금처럼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부실화가 불가피하다.

■CDS는 기업의 파산위험만 따로 떼어 거래하는 파생상품이다. 기업은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채권자는 적은 프리미엄을 부담하면 원금손실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탄생 10년 만에 미국에서 시장규모가 45조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의 파산위험이 커질수록 가격이 상승해서 투자자에게 이익을 안긴다.

문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과 마찬가지로 통제하기 어려워 혼란이 빚어질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눈앞의 위기가 아닌데도 우려가 쏠리는 이유다. 그런데 불안에서 비롯한 이런 '경제 수업'이 끝나는 날은 언제일까.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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