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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레이디 맥베스 2008' 주인공 서주희 "3년의 공백…관객 눈높이 부담도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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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레이디 맥베스 2008' 주인공 서주희 "3년의 공백…관객 눈높이 부담도 됐죠"

입력
2008.02.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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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다시 레이디 맥베스(맥베스 부인)를 연기할 기회이자 2005년 <햄릿> 이후 3년 만의 무대 복귀작인 연극 <레이디 맥베스 2008> (연출 한태숙) 공연을 앞둔 서주희(42)의 첫마디는 “혼돈의 시간이 있었기에 섣불리 무대에 설 수 없었다”였다.

한국연극협회 평론가 선정 여자연기상,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그의 소감으로는 의외였다. 그는 예술의전당이 마련한 개관 20주년 기념 ‘최고의 연극’ 시리즈 첫 작품으로, 다음달 21일부터 4월 13일까지 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레이디 맥베스 2008> 의 타이틀 롤을 맡았다.

1998년 초연을 포함해 네 차례 공연된 <레이디 맥베스> 는 물체극과 연극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시도와 함께 서주희 정동환 등 주연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던 공연으로 셰익스피어의 고전 <맥베스> 를 ‘맥베스 부인’에 초점을 맞춰 풀어낸 게 특징이다.

“그동안 <레이디 맥베스> 의 재공연을 기다리느라 그토록 오랜 기간 무대에 설 수 없었던 거죠.(웃음) 사실은 최근에 세계 정상급 예술가들의 내한 공연이 늘면서 제가 과연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어요. 그래서 쉬면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지요.”

초연 당시 구상 단계부터 제작에 관여했던 서주희에게 이번 공연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10년을 내다보고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들자’는 바람대로 초연 10주년이 되는 올해 ‘최고의 연극’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달고 공연하게 됐고, 다음달 초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아트마켓(TPAMㆍTokyo Performing Arts Market)에 진출해 쇼케이스를 열 기회도 얻었다.

그는 “인간의 내면을 물체와 소리,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의 조화를 통해 보여준다”며 작품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요즘 관객은 순간적인 웃음이나 폭소를 동반하는 개그만 재미라고 생각하는 듯해 안타까워요.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알게 되는 <레이디 맥베스> 같은 작품이야말로 무대예술의 진짜 재미 아닌가요.”

광기어린 연기로 극찬을 받은 <레이디 맥베스> 뿐 아니라 여성의 성기와 관련된 파격적인 내용을 다룬 <버자이너 모놀로그> 등에서 개성 강한 연기를 주로 선보여 온 그는 “무병을 앓듯 배우의 삶을 거역할 수 없었다”면서도 평범한 삶을 사는 보통 사람임을 강조했다. 최대한 에너지를 아껴 조용히 살아가는 평소의 삶 덕분에 연극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증은 남았다. 여배우라면 조금 더 예쁜 캐릭터를 연기하고픈 욕구는 없을까.

“어떤 역할을 맡느냐보다 작품에서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공간과 시간이 응축되고 단축돼 있는 연극의 경우 등장 인물들이 훨씬 더 극적이고 과장돼 있으니 드라마틱한 캐릭터를 자주 맡는 것에 감사해야죠.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인물이라는 의미니까요.”

인터뷰를 마치려는 순간 ‘인간의 내면’이라는 <레이디 맥베스> 의 주제를 강조하던 그의 말이 엉뚱하게 튀었다. “그런데 저 원래 코미디 배우였던 거 아세요? 처음엔 한태숙 선생님이 동글동글한 제 인상이 맥베스 부인 이미지랑 안 어울린다고 캐스팅을 망설이셨대요. 그러다가 1년쯤 지나니까 희한하게 다들 저한테 딱 어울리는 역할이라고 하대요. 하하” 담담하게 이야기하지만 그의 연기 내공이 저절로 이뤄진 것이 아님을 알게 해 주는 대목이었다.

글=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사진=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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