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예산 10%절감 방안으로 '최저가 낙찰제'를 확대하겠다고 천명하면서 건설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민간부문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 주택판매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공공부문에서 최저가 낙찰제를 늘릴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명박 당선인측이 밝힌 내용대로 최저가 낙찰제를 현행 300억원 공사에서 100억원 공사로 확대 적용하면 입찰 대상업체가 400개에서 2,000여개로 5배나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체들은 과당 경쟁에서 살아남기위해 출혈을 감수한 수주전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최근 공공공사 낙찰액이 기준가의 70%를 밑돌며 사실상 적자를 감수하는 '덤핑 수주'가 만연해 있다. 건설업체들은 수익성보다는 당장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위해 일감을 따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저가 낙찰제가 정부의 예산절감에 '효자'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건설업계에는 '독이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관급공사 수주로 성장해온 진흥기업이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효성에 인수되고, 2006년 이후 아파트 공사를 기준가의 60%에서 수주해온 우정건설이 부도를 맞는 등 초저가 낙찰제의 후유증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최저가 낙찰제가 '초저가 낙찰제'로 변질되면서 부실 공사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만연한 현실에서는 덤핑 수주로 인한 적자를 피하기 위해 부담은 하도급회사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시공업체도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품질을 등한시 할 가능성이 높다.
경남 울산에서 중소건설 업체를 운영하는 변모(61) 사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운송비 상승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가 낙찰제 확대할 경우 지방 건설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예산절감보다는 건설경기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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