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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회장 "김연경 멋진 파마 좀 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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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회장 "김연경 멋진 파마 좀 해줘라"

입력
2008.02.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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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머리 모양이 촌스럽다. 멋지게 파마를 해주면 어떨까?”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은 연초에 TV를 보다가 불쑥 한마디를 던졌다. 그룹 회장의 지시에 흥국생명 배구단은 분주해졌다. 김연경 등은 지난달 16일 구단 버스를 타고 수학여행가는 학생처럼 단체로 미용실에 들렀다.

흥국생명 이승규 사무국장은 영수증을 본 뒤 깜짝 놀랐다. ‘총 금액 600만원.’ 그것도 20% 할인된 가격이란다. 구단 관계자는 예상밖의 금액에 울상이었지만 선수들은 회장님의 애정에 감사하며 한껏 멋을 냈다. 그러나 김연경과 이보라는 남들과 달리 풀이 죽었다. “왜 우리만 파마가 안 예쁘게 나왔지?”

이호진 회장은 일주일 뒤 선수들과 회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선수들을 격려하면서 머리 맵시가 잘 나왔는지도 살폈다. “연경이와 보라는 파마를 했는데도 별로네!” 상심한 김연경이 “네”라고 말하자 이 회장은 “그럼 더 좋은 데로 가서 다시 하지, 뭐”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흥국생명은 단체 파마와 함께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김연경은 아직 회장의 두 번째 파마 선물을 받지 못했다. 그동안 KT&G와의 1위 싸움이 워낙 치열해서다. “파마하려면 다섯 시간 정도 걸려요. 그럼 하체가 굳어서 다음 경기에 영향이 있거든요. 훈련할 시간도 없는데 어떻게 미장원에 가요?”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미용실 나들이를 20일로 잡았다. 다음 경기는 19일과 26일. 따라서 20일에 머리를 다듬으면 26일 경기에는 지장이 없다는 게 황현주 감독의 생각이다. 김연경은 “회장님의 관심과 배려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면서 “미장원에선 예쁜 머리를, 코트에서는 승리를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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