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에선 38세의 아줌마 형사가 종횡무진하며 시청자들을 모니터 앞으로 불러들이고 있고(<천하일색 박정금> ), 극장가에선 아줌마 선수들의 분투가 돋보이는 핸드볼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가 단연 화제다. 연극, 뮤지컬도 예외가 아니다. 대중과 친숙한 아줌마 배우들이 대거 무대로 몰려오고 있다.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이 공연계 부흥까지 이끌고 있는 셈이다. 우리> 천하일색>
우선 눈에 띄는 배우는 1998년 <넌센스> 이후 10년 만에 뮤지컬에 출연하는 탤런트 하희라. 다음달 28일 백암아트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굿바이 걸> 에서 전직 브로드웨이 댄서이자 싱글맘인 폴라 역을 맡은 그는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만사를 제쳐놓고 맹연습 중이다. 굿바이> 넌센스>
<늙은 창녀의 노래> 로 수많은 관객을 울렸던 양희경도 오랜만에 신작으로 관객과 만난다. 다음달 6일 대학로 예술마당 2관에서 시작하는 연극 <민자씨의 황금시대> 에서 카바레 가수 박민자 역을 맡아 새로운 연기 변신을 준비 중이다. 민자씨의> 늙은>
이밖에 결혼 후 첫 작품으로 다음달 21일부터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될 연극 <블랙버드> 를 선택한 추상미나 다음달 28일부터 연극 <클로져> 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서는 홍은희 역시 공연계 아줌마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클로져> 블랙버드>
중년 여배우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탤런트 전양자 이주실이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러브> 에 출연하고 있고 연극계의 간판 배우 김성녀 윤소정 박정자도 각각 모노드라마와 2인극, 뮤지컬에 출연 중이다. 러브>
무대 위 아줌마 배우들의 두드러진 활약은 익숙하고 검증된 콘텐츠를 선호하는 관객들의 취향과 무대를 통해 연기 커리어를 넓히려는 배우들의 바람이 결합돼 나타난 현상이다.
홍은희가 출연하는 연극 <클로져> 의 프로듀서 최보규씨는 “안방극장에서 매일 만나던 친근한 인물을 무대 위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면서 “홍은희는 드라마 <황금신부> 에서 코믹한 감초연기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에 <클로져> 의 잠재 관객인 TV 시청자들을 극장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캐스팅 배경을 설명했다. 클로져> 황금신부> 클로져>
모임 장소로 공연장을 선택하는 중년 여성 관객이 많아진 것도 아줌마 배우들의 ‘무대 유턴’에 이유를 보탠다. 한 공연 관계자는 “40대 이상 관객들은 동시대를 살아 온 여배우들의 화려한 무대 복귀를 지켜보면서 새로 시작하는 그들의 마음가짐과 자신들의 감수성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혼 여성의 사회 활동이 늘어난 사회문화 현상도 공연계의 아줌마 파워를 키우는 배경이다. 자녀의 일차적 양육을 마친 30대 중반 여성들이 사회 활동에 박차를 가하듯 육아에서 한시름 놓은 여배우들이 엄청난 에너지를 요하는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과감히 도전한다는 이야기다.
모노드라마 <우리가 애인을 꿈꾸는 이유> 이후 4년 만에 무대에 서는 하희라는 “2년에 한 번씩 연극 또는 뮤지컬 무대에 설 생각이었지만 결혼하고 보니 여의치 않았다”면서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이 제 앞가림을 하고 최수종씨가 작품 활동을 쉬고 있는 게 좋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게 된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연습 과정은 힘들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 소중한 기회”라는 그는 “특히 집안 일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까 싶어 오히려 결혼 전보다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클로져> 의 홍은희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본격적인 정통 연기에 도전해 배우로서 한 단계 거듭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공연계에서는 이들의 대중적 친숙도를 앞세워 극장의 문턱을 낮출 뿐 아니라 제작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클로져>
<민자씨의 황금시대> 프로듀서 김의숙씨는 “주연을 맡은 양희경씨는 특유의 친화력과 함께 넓은 연기의 스펙트럼으로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돼 작품 수준을 높이는 데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민자씨의>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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