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휘(27ㆍ전남)와 곽희주(27ㆍ수원). 그다지 친숙한 이름들이 아니다.
평소 K리그를 관심있게 지켜본 사람이라면 몰라도 태극전사들의 활약에 시선을 집중하는 일반적인 수준의 팬들에게 이들은 무명에 가까운 존재들이다.
허정무호에서 2경기 연속 결승골을 터트린 곽태휘의 선수 경력은 올림픽대표 상비군이 최고였다. 곽태휘는 한국 축구 선수들에게 ‘엘리트 코스’로 여겨지는 청소년대표팀조차 거치지 못했다. 10대 시절에는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 평범한 선수였다.
또 다른 수비수 곽희주 역시 ‘될성 부른 떡잎’보다는 대기만성형 선수다. 잠시 올림픽대표팀의 부름을 받았지만 뛰지는 않았다. 오직 K리그에서의 활약으로 대표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러나 축구팬들의 가슴을 아련하게 하는 또 한 가지의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장애를 딛고 성공을 일군 인간 승리의 주인공들이다.
곽태휘와 곽희주는 나란히 왼쪽 눈의 장애를 딛고 일어섰다. 곽태휘는 고교 시절 운동을 하다가 사고로 왼쪽 눈의 시력을 거의 잃었다. 대학 시절 허리와 어깨 부상까지 당하면서 신체등급 4급 판정을 받았다.
곽희주 역시 왼쪽 눈의 시신경이 완전히 죽어 눈동자가 움직이는 것조차 느낄 수 없다. 축구공을 만지기 시작한 9살부터 왼쪽 눈이 보이지 않았다. 오른쪽 눈에 땀이 들어가면 순간 앞을 볼 수 없는 수비수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지만 투지로 극복해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한쪽 눈으로 뛰지만 곽태휘와 곽희주는 누구보다 열심히 뛴다. 곽희주는 허정무호 승선 직후 “허 감독이 선수들에게 어떤 스타일을 요구하는지 잘 알고 있다. 몸을 날리는 수비를 보여주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밝힌 바 있다.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지만 축구보는 시야만큼은 누구보다 넓다. 수비수이지만 언제 공격에 가담해야 할지도 잘 안다. 곽태휘는 지난 6일 투르크메니스탄전에 이어 중국전에서도 과감한 공격 가담으로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그에게는 적어도 골네트의 빈 구멍이 누구보다 잘 보이는 듯 했다.
곽씨 성을 가진 두 명의 대표팀 수비수의 투혼은 정신 자세를 강조하는 허정무 감독의 축구 스타일을 대변하고 있다. 지난해 각종 추문 등으로 얼룩진 한국 축구가 무명의 설움과 신체 장애를 딛고 일어선 두 명의 태극전사들에 의해 다시 깨어나고 있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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