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무리 총리라는 최고위직 공직자지만 사생활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핀란드 독신 총리 마티 반하넨(52)이 옛 애인이 자신과의 은밀한 연애 행각을 폭로한 책 때문에 송사까지 벌이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때 여성잡지에서 가장 섹시한 핀란드 남자로 꼽힐 정도의 매력적인 풍모를 지닌 반하넨 총리는 2005년 전처 메리야와 20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청산한 이래 심심치 않게 염문을 뿌려왔다. 반하넨 총리의 스캔들 상대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미스 핀란드 출신으로 현재 문화장관인 타냐 카르펠라.
하지만 프라이버시에 대한 관념이 강하고 이성교제에 자유분방한 핀란드에선 지나간 애정생활을 낱낱이 까발리는 폭로성 책을 출판하는 경우는 드물고 발간된다해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런데 반하넨 총리는 지난해 3월 총선 직전에 나온 과거 여자친구 수산 쿠로넨(37)의 자서전 <총리의 신부(the prime minister's bride)> 에 대해 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뒤늦게 헬싱키 법원에 제기했다. 9개월간 반하넨 총리과 깊게 사귀었던 쿠로넨은 둘 사이의 연애생활을 토대로 쓴 문제의 책을 내놓았다. 총리의>
자서전에서는 반하넨 총리가 쿠로넨과 잠자리를 같이한 뒤 해준 낯뜨거운 밀어도 그대로 공개됐다. 가령 반하넨 총리는 쿠로넨에게 키스를 한 뒤 “오븐에 구운 감자보다도 더 맛난 기분을 느꼈다”고 속삭이는 식이다. 또 두 사람이 사우나를 함께 하고 정사를 벌인 다음 반하넨 총리가 쿠로넨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내용도 시시콜콜하게 소개하고 있다.
반하넨 총리는 <총리의 신부> 가 지난해 2월 처음 출판됐을 당시 임박한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으나 사생활에 관대한 유권자의 지지로 재차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총리의>
그러나 이후에도 쿠로넨이 책 홍보를 위해 잇따라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갖고 TV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성 취향과 습관이 입방아에 오르내리자 결국 참지 못하고 15일 에투케노 출판사와 쿠로넨을 상대로 제소했다.
반하넨 총리는 소장에서 자서전 출판으로 본인의 자녀들과 가족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출판사에만 1,450달러의 상징적인 배상을 청구했다. 법정에 출두한 반하넨 총리는 자서전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나의 사생활이 공공연하게 밝혀지면서 나와 아이들이 고통 받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항변했다.
검찰측은 선거를 앞둔 사생활의 폭로가 악의적이라고 판단, 출판사에는 7만3,000달러, 쿠로넨에게는 1만200달러를 각각 징벌적인 배상금으로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물론 출판사와 쿠로넨측 모두 검찰이 책정한 배상금 액수에 난색을 표명하고있다.
핀란드 언론 매체들은 이번 총리의 스캔들을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지만 여론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국민 대부분은 대체로 둘 사이의 프라이버시가 책을 통해 공개되면서 지켜야할 선을 넘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5만명의 시민은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쿠로넨의 자서전 출판에 반대하고 반하넨 총리의 제소를 지지하는 쪽에 표를 던졌다.
상당수의 서점들은 이혼 후 10대의 두 자녀와 살고 있는 반하넨 총리를 성원하는 표시로서 쿠로넨 책의 반입을 거부하고 있다. 쿠로넨은 2006년 인터넷 만남 사이트를 통해 처음 만난 반하넨 총리와 9개월 동안 진정한 사랑을 나눴다고 주장하면서 책 선전에 나서고 있지만 지난 1년간 4,000부 정도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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